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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준금리 인상 방아쇠를 당긴 건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2%에서 2.75%로 0.75%포인트 올렸다.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5.2% 오르는가 하면 헤알화 가치가 떨어져 자본유출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더 이상 높은 수준의 통화부양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정상화 과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러시아와 터키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4.25%에서 4.5%로, 터키 중앙은행은 17%에서 19%로 상향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서 물가가 두자릿수로 뛰자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터키의 2월 물가상승률은 중앙은행 목표치의 세 배 수준인 15%를 넘었고 같은 달 러시아의 물가 인상률은 연 5.7%로 정부 목표치인 4%를 웃돌았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며 경기를 회복하고 있는 중진국에서도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비라그 버르너바시 헝가리 중앙은행 부총재는 9일(현지시간) “높아지는 인플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며 이달 말 긴축 사이클을 시작해 물가상승률을 3%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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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에서는 캐나다가 최초로 테이퍼링에 들어갔다. 테이퍼링은 금리를 올리기 전 시장에 풀어 온 돈을 점점 줄이는 것으로, 돈 풀기를 줄이는 긴축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캐나다중앙은행(BOC)은 지난 4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주간 국채 매입 규모의 4분의 1가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경기 회복세가 강력하다는 이유다.
다만 캐나다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다.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4.0%에서 6.5%에서 크게 상향조정하긴 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를 유지하기 전까지는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1%로 인상하며 서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긴축을 단행했다. 부동산을 포함한 물가상승률이 지난 4월 4.6%까지 치솟으며 중앙은행 목표치(2.5%)를 크게 웃돌면서다. 노르웨이도 이르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85조원 넘는 돈을 풀며 경기 부양에 나선 호주에서도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월 3.5%에서 1.25%포인트 높인 4.75%로 제시했다. 오는 7월 정책회의 때에는 9월 만료 예정인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연장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현행 0.25%로 동결하면서도 내년 3분기부터는 0.5%로 올리고 이후 점진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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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테이퍼링 도입 등 긴축 신호를 주는 데 신중한 편이지만 넘치는 단기 유동성에 허덕이고 있다. 이는 연준이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등을 매입하면서 달러를 풀어대면서 시중에 돈이 넘친 영향이다. 이에 연준은 0% 금리인 역레포(reverse REPO)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며 단기 시장금리를 조절하고 있다. 역레포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향후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흡수하는 거래다. 4월 말만 해도 1000억달러를 밑돌던 역레포 자금 잔액이 9일(현지시간) 500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월가에선 연준에 단기 자금이 많이 쌓이는 것이 테이퍼링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4월 회의록에서 “언젠가 자산매입 속도 조절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며 테이퍼링을 언급했다. 관건은 연준이 언제 긴축에 돌입하느냐다. 시장은 8월 연례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는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