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9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의 핵심인 생산성을 높이려면 임금제도를 개혁하고 노동시장이 더 유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문재인정부의 기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상승 등 노동시장 안정화로 옮겨가는 것과 일부 대치되는 부분이 있어 주목된다.
조 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 강당에서 열린 ‘한은금요강좌 제700회 기념특강’에서 “3% 성장을 계속했으면 좋겠지만 잘 안 될 것 같다”며 “잠재성장을 높이려면 생산성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잠재성장을 결정 짓는 △노동 △자본 △생산성 가운데 노동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자본은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축적돼 각각 한계에 와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위원은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자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인적자원의 경우 적재적소를 향해 근로자가 이동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다”고 봤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조 위원은 “20대에 좋은 대기업에 취직하면 나머지 30년을 보장 받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보니 그 직전인 대학 졸업장의 프리미엄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대학을 나와도 능력 있으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갈 기회가 열려있는 유연한 노동시장이라면 사교육비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임금의 연공성은 초임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 수준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준 거의 세배 수준에 가깝다. 두배 수준에 머무는 유로존과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중장년층 근로 기간을 늘린다면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선 생산성 대비 임금이 높은데 임금을 더 주면서 중장년층을 고용해야 하는지 현실적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 시스템은 연공성보다 생산성 내지 직무 관련해 임금이 결정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효율적 생산량보다 덜 생산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며 “대기업 자체의 문제와 대기업을 지배하는 소위 재벌의 문제를 다르게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테면 삼성그룹의 문제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이건희 회장 일가의 문제를 따로 놓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조 위원은 최근 뛰는 집값에 대해서도 문재인정부와 대치되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일본은 소비자물가가 별로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땅값만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집값이 올랐다”며 “강남 서초 관악 등 한강 이남 집값은 물가보다 더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들 지역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가격 거품이 끼기 어려운 전셋값과, 매맷값을 비교해보면 최근 격차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며 부동산버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한편 한은금요강좌는 한은이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여는 경제·금융 강연이다. 지난 1995년 5월 월 1회로 처음 실시됐고, 2005년부터 주 1회로 확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