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걸었던 尹 담화에…의료계 허탈…“퇴로 막혔다”

의사 소득 보전 언급…실현 가능성 글쎄
전공의·교수 사직 투쟁 명분 실리 사라져
의료계 공 넘긴 정부…의료계 단독안 만들까
  • 등록 2024-04-01 오후 4:33:00

    수정 2024-04-01 오후 7:14:49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에 기대를 걸었던 의료계는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의대 2000명 증원 축소에 기대가 쏠렸지만, 이같은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기 때문이다.

1일 오주환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런 대란 상황에서 (의료계에) 전향적으로 협상테이블에 나올 여지를 줬어야 했는데, 그런 여지가 전혀 없게 만들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정부의 의료개혁은 의사들의 소득을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지역의료와 수도권 의료 간의 소득 격차는 줄어들어도, 전체적인 의사들의 소득은 지금보다 절대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 오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날 유일하게 의사들에게 내민 손이지만, 의사 수가 느는데 소득이 줄지 않는다는 건 앞뒤가 안 맞지 않는 얘기”라며 “이 얘기에 손뼉 치면서 마음을 돌릴 이들(전공의나 교수)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통계 중에서 유리하고 필요한 것만 쏙쏙 빼서 말하고 불리한 통계는 모조리 빼놨다”며 “편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10여년 근무한 이주영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의학 교육은 거대한 사슬과도 같아서 하나의 고리가 약해지는 순간 명맥이 끊긴다”며 “5년간 1000명의 교수를 갑자기 배출하고, 그 이후에는 다시 1000명의 교수를 해고할 건가? 정부는 의학 교육과 그 수준에 대해 아무나 대체해도 되는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라고 했다.

반면 이번 윤 대통령의 담화문이 의-정 갈등 분위기를 반전시킬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의료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의정협의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날짜와 횟수까지 얘기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는 의대 증원이 그냥 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은 “그동안 선거를 앞두고 나온 여러 메시지(의대 정원 축소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의료계와 정치권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의료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사직 전공의와 교수들의 복귀 여부에 대해 정 교수는 “의사들도 더는 명분도 실리도 없어진 상태”라며 “추가 타협의 여지도 없이 퇴로가 막혔다. 사람들이 돌아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반면 조 회장은 “정부에서도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열어두고 공을 의료계로 보내, 의료계도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복귀 여부를 고민하던 절반 정도의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예측불가”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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