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방러’ 시진핑, 푸틴과 회동…반미 연대 강조

반년만에 만난 習·푸틴, 21일 정상회담
기고문서 美제재 대응해 협력 강화 시사
푸틴 “우크라, ‘지정학적 현실’ 고려해야”
  • 등록 2023-03-20 오후 7:10:58

    수정 2023-03-20 오후 7:28:47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박3일 일정으로 20일 러시아를 찾았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2019년 6월 이후 4년 만으로, 최근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첫 해외 순방지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특히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날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상대방 관영매체에 실은 기고문에서 미국 등 서방을 비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해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짐작하게 했다.

2019년 6월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 중러 정상, 美겨냥 “패권 횡포, 심각한 위협”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러 직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매체 기고문에서 “오늘날 세계는 한 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강대국의 패권 횡포가 심각한 위협을 가해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국제 사회는 위기를 타개할 협력적인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공급망 배제, 수출 통제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가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도 같은 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봉쇄 정책을 채택해 미국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는 국가들을 봉쇄하려는 시도가 갈수록 만연해져 국제 안보와 협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각종 제재에 대해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해제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양측은 양국의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양국 간 무역의 규모 확대, 인적 교류 활성화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할 의제 중 하나가 경제·무역 협력 동반가 관계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의 견제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푸틴, ‘우크라 전쟁 중재 의지’ 中 환영

국제 사회는 시 주석이 이번 방러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이달 6~10일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측을 베이징으로 초대해 양국 간 외교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평화 조성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에 대한 쉬운 해결책은 없다”면서 중국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년에 맞춰 발표한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정치적 해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모든 당사자가 공동으로 포괄적이며 협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보의 개념을 가지고 평등하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대화와 협의를 견지한다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방법과, 세계의 지속적인 평화와 보편적 안보로 가는 광명대로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치 화답하듯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과 역사적 배경과 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위기 해결’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중국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외교적 해결에 열려 있다”면서도 “평화는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해 의미있는 토론에 참여하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를 인정할 때 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국 간 군사 협력 강화나 무기 지원 여부 등은 두 정상의 기고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면 만남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엔 화상 회담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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