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삼형제 ‘상한가’ 치솟아…대주주·소액주주 동등시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화재는 전 거래일보다 1만700원(29.97%) 오른 4만6400원에, 메리츠금융지주는 8000원(29.91%) 오른 3만4750원에, 메리츠증권은 1350원(29.87%) 오른 5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 한 임원은 “만약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면 발표 이후 매도세가 있었겠지만, 상한가가 안 무너지고 유지된 것은 시장에 거의 안 알려졌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며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히는 내부자 정보 유출 등이 없었는데, 메리츠의 현 경영진 특성상 결정을 하고 철저하게 보안 유지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장 마감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시장에 적시에 대응하게 됐다는 평이다. 특히 배당·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해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 환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원칙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불확실한 금융 환경에서 적시에 대응하는 게 중요한데 지주로 통합되면 이해관계 상충이 없어질 것”이라며 “주주 환원율 50% 원칙에 대해 경영진이 매우 강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나가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간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는 견조한 실적을 이어왔지만 그동안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시장 금리 급등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 환경에도 메리츠증권은 올 3분기까지 19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메리츠화재는 2020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분기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메리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메리츠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18%까지 보였고, 대략 15%로 가정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7배, 1.8배가 적정한데, 아무리 이익을 창출하고 주주환원을 해도 0.5배, 0.6배밖에 되지 않았다”며 “왜 기업이익을 잘 내도 저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하는 고민에서 이번 결정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안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선진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주도해 신뢰를 높이고 제대로된 기업가치를 받아보자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주주 지분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도 공고히 했다. 메리츠금융지주 겸 화재 대표이사인 김용범 부회장은 전일 컨퍼런스 콜에서 “포괄적 주식교환을 하고 나서 지분율은 47%로 낮아지고, 세금을 내면 지분율이 20%도 안되는 지분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이 약해지게 돼 있어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강세를 보인 이후 단기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메리츠금융지주의 실천에 따라 중장기 흐름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오늘 상한가는 그동안 공매도 친 물량들이 쇼티지가 나면서 나온 반응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메리츠와 주주가 함께 기업가치를 누릴 수 있다면 단기 변동성에도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늘 거래량을 보면 상한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급적인 숏커버링에 의해 조금 더 상승 여력이 있을 수 있다”며 “실적 등 펀더멘털로 올라가는 게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수급 이벤트가 끝나면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메리츠는 자사주를 계속 많이 사왔고 유통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고, 낮은 밸류에이션, ROE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메리츠금융지주의 이번 결단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식시장 호황일 때를 발판 삼아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분할 상장 등 주식을 많이 공급해 주주에게 부담을 줬고, 분모가 많아지다보니 지수가 잘 오르지 못했다”며 “메리츠금융지주는 이와 반대 결정을 했고 한국 자본시장의 흐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