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강제 디폴트 수순…미, 채무상환 허용 유예 25일 종료

미 “러 국채 원금·이자 등 지불 허용 유예 연장 안해”
러, 6월말 4억달러 상환해야…미지불시 7월 디폴트
"시장선 러 디폴트 기정사실화"…"러, 인정 안할 듯"
수년간 법적 분쟁 예상…러 경제 "타격" Vs "영향 없어"
  • 등록 2022-05-25 오후 5:51:19

    수정 2022-05-25 오후 5:51:1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러시아의 미국 투자자들에게 국채 원리금 및 이자, 주식 배당금 등을 지불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채무를 갚고 싶어도 갚지 못하게 돼 강제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AFP)
러, 6월말 4억달러 상환길 없어…“시장선 디폴트 기정사실화”

24일(현지시간)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가 국채 원리금 및 이자, 주식 배당금 등을 미 채권자들에게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예기간이 예정대로 25일 종료된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 및 주요은행, 국부펀드 등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모든 자산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와 거래를 금지했다. 다만 기존 채권자들이 국채 원리금 및 이자, 주식 배당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으며, 이는 25일 0시에 종료된다.

미 투자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외화 유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조치였지만, 이 조치 덕분에 러시아는 디폴트를 피할 수 있었다.

미 재무부는 그동안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두고 신중하게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유예기간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연장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옐런 장관은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게 되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이달 27일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해서는 이미 이자 지불을 마쳤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25일 유예기간 종료를 염두에 두고 조기 상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져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도 높아졌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당장 6월 23일과 24일에 각각 달러화 표시 국채와 관련해 약 4억달러(약 5045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당장 지불하지 못해도 각각 30일, 15일 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지만, 이 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가 그동안 국제 채무 상환 대리인으로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을 이용해 왔는데, 이 은행들에 대한 러시아 채무 상환 처리 허가 자체가 종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 초, 늦어도 7월 말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AP통신은 “러시아가 1917년 볼셰비키 공산혁명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에 빠질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불 능력이나 의사가 있음에도 디폴트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장에선 이미 러시아의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NBC는 미국 등 서방이 언제든지 러시아를 디폴트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수년간 법적 분쟁 예상…러 경제 “타격” Vs “영향 없어”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고 나면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스스로를 디폴트 상태로 간주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글로벌 로펌 리드스미스 금융산업그룹의 아담 솔로프스키 파트너는 “러시아는 지불할 수 있는 자금이 있기 때문에 디폴트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서방의 제제 하에선 누구도 러시아와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채무이행은) 실현될 수 없다. 이는 미지의 영역”이라며 “러시아의 국내외 자산에 대한 압류가 촉발될 것이다. 디폴트 충격은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경제가 15%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루베이에셋 매니지먼트의 선티모시 애시 선임 전략가는 “푸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는 한, 러시아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디폴트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심지어 중국 시장 접근마저 제한되고, 자본도 투자도 성장도 없을 뿐더러, 자본·인재 유출 등으로 러시아는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아가테 데마라이스 글로벌 전망 담당 국장은 “러시아의 국가 부채가 많지 않은데다 침공 이전에 비중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주권 국가라면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투자자들과 함께 채무상환을 위한 대체 경로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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