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동해선 도로까지 폭파…북 '두 국가관계' 작업 정점

MDL 10m 앞에서 폭 20m 길이 70m 규모 TNT 폭파
당초 폭파 준비 작업과 달리 폭약 양 많지 않아
도로 파괴 자리에 방벽 설치해 '요새화' 지속할 듯
  • 등록 2024-10-15 오후 5:08:42

    수정 2024-10-15 오후 7:04:4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은 15일 군사분계선(MDL) 바로 앞에서 폭약(TNT)을 터뜨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파괴했다. 그간 북한이 진행해 온 ‘두 국가관계’ 작업이 정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모두 MDL에서 약 10m 떨어진 지점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그 너머에서 폭파를 감행했다. 폭이 20m 정도인 두 도로에서 경의선은 70m, 동해선은 그보다 약간 짧은 길이에 걸쳐 폭약을 설치했다. 북한은 두 도로에 구덩이 수십 개를 각각 파고, 그 안에 TNT 수십㎏를 넣어 터뜨렸다. 합참 관계자는 “도로의 아스팔트를 걷어낼 목적으로 볼 때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보여주기 쇼’라는 얘기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이 지난 10일부터 도로 폭파를 위한 작업을 진행할 때 도로 전체를 폭약으로 뒤덮어 완전히 없애버리는 수준의 폭파로 예상했다. 그러나 도로 중간중간 부분을 폭약으로 깨고는 굴삭기와 덤프트럭으로 파편을 걷어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폭파 준비 작업 당시 경의선과 동해선에 각 100여 명이 투입됐는데, 전동 드릴 등 장비 없이 곡괭이로 찍고 삽으로 퍼내는 식으로 작업했다.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한 가운데, 우리 군 CCTV에 잡힌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에서 폭파 이후 아스팔트를 걷어내기 위한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합참 제공 영상 캡처)
북한은 지난 1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한 바 있다. 지뢰는 도로 좌·우측에 사람이 도로로 접근할 수 있는 지점에 주로 묻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지속해온 남북 단절 조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고, 극적인 드라마 같은 효과를 노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상보다 폭발 규모가 작긴 했지만, 군은 경고방송 이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발사기로 경의선과 동해선 부근에서 각 수십 발 대응 사격 발사에 나섰다. 북한군이 사전 경고 없이 비무장지대(DMZ)에서 폭파를 한 점, 폭파로 인한 비산물이 MDL 이남으로 넘어온 점, 사전 대비가 없었더라면 우리 장병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협 행동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사격이라는 게 합참 설명이다.

북한은 도로를 파괴한 자리에 새로운 방벽을 설치하는 등 이른바 ‘요새화’ 작업을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의선 도로는 2004년 남북 간 연결 공사가 완료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주로 사용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사실상 왕래가 끊겼다. 동해선은 강원도 고성과 북한 금강산을 연결하는 도로로 2005년 개통됐다. 금강산행 관광버스가 오가고 이따금 대북 지원물자 수송에 이용됐지만 최근 수년간 이용되지 않았다.

북한은 작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뒤 그 일환으로 남북 육로 단절을 진행해 왔다. 작년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다.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고,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에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7월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다.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하는 등 경의선과 동해선 철로를 차단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한 문구를 볼 때 남북 단절 조치의 공고화를 위해 아마도 폭파 지점에 바로 남북 차단을 나타내는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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