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카드업계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일찌감치 오픈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픈페이는 고객이 1개의 카드사 결제앱으로 카드사 구분 없이 모든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말 신한·KB국민·하나카드가 공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달 롯데카드도 오픈페이에 합류했다. 계획상으론 BC카드는 3월, 우리카드는 6월 중 서비스를 시작하고, NH농협카드는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카드 역시 오픈페이 진출을 검토 중이다.
실제 카드사들이 오픈페이를 대하는 자세는 미온적이다. 우리카드는 올 상반기 론칭 예정인 오픈페이 서비스를 장담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카드는 상반기 안에 독자 결제망을 통한 독자 가맹점 개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카드는 지난해 8월 가맹점 식별 시스템 체계를 확보한 이후 지난달 자체 결제망 구축을 마무리했고 130만개를 목표로 가맹점 모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픈페이 서비스는 사실상 우선순위서 멀어진 상태다.
이는 카드업계가 애플페이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뚜렷한 시너지가 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서비스가 단순 상호 연동에 그치다 보니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등을 사용하는 고객을 유인할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지금으로선 애플페이 서비스를 언제 합류하느냐를 놓고 카드사들의 ‘눈치게임’이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일이었던 지난 21일 애플페이 등록 고객 수는 약 40만명 내외로 추정된다. 이처럼 애플페이에 대한 초기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1차 협력사인 현대카드 외 다른 카드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에 대한 관심은 모든 카드사가 갖고 있지만 지금은 누구도 ‘한다, 안 한다’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삼성페이도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섣불리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픈페이와 관련해서는 “업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지배적”이라면서 “계륵이 됐다”고 덧붙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만일 신한카드나 국민카드 같이 덩치가 큰 카드사가 애플페이와 붙는다면 오픈페이는 빈 껍데기가 될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