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차세대 후공정 사업인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징(FO-PLP) 사업에서 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4월 삼성전기로부터 FO-PLP사업을 7850억원에 양도받은 뒤 약 2년 만에 흑자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영업 손실 규모가 1095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삼성전자는 작년 PLP사업 영업손실을 2155억원으로 예측했다. 영업손실이 크게 감소한 것은 인건비 효율화 작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FO-PLP는 입출력 단자 배선을 반도체칩 바깥쪽으로 빼내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기판을 사용하지 않아 생산 원가를 낮추는 패키징(포장) 기술이다. 특히 FO-PLP는 대만 TSMC가 주로 사용하는 팬아웃 웨이퍼래벨패키지(FO-WLP)와 방식은 비슷하지만 패널을 원형이 아닌 사각형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FO-WLP보다 제품 생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TSMC는 2016년 FO-WLP를 상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나눠서 생산했던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을 싹쓸이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뼈아픈 대목으로 FO-WLP에 대응하기 위해 FO-PLP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19년 출시된 갤럭시워치 AP에 처음으로 FO-PLP를 적용했다. 업계에서는 FO-PLP가 대중화될 경우 TSMC에 빼앗긴 애플 물량과 함께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는 업계 최초로 ‘12단 쓰리디티에스브이(3D-TSV’) 패키징 기술도 개발했다. 이 패키징 기술은 기존 금선(와이어)을 이용해 칩을 연결하는 대신 반도체 칩 상단과 하단에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수준인 수 마이크로미터 직경의 전자 이동 통로(TSV) 6만개를 만들어 오차 없이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에서도 후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7월 온양사업장을 직접 찾아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기술 개발을 당부했다.
TSMC, 日에 후공정 기술연구소 설립 추진
SK하이닉스도 후공정 기술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패키징&테스트(P&T) 담당 조직에서 작년 스크린어빌리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품의 불량을 찾아내는 혁신적인 테스트 방법을 개발했다. 패키징&테스트 담당조직은 전(前) 공정인 생산공장(FAB)에서 완성된 웨이퍼를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의 형태로 패키징하고 테스트를 통해 제품의 품질이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에 적합한지를 최종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출시했다. HBM시장은 앞선 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먼저 양산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HBM 2E 양산 능력 인증을 통해 시장 개척자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작년 7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패키지 안에 최대한 많은 칩(Die)을 쌓을 수 있는 전통적인 패키징 기술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칩 두께를 30마이크로미터(μm) 이하로 줄이면서도 현재 8단에 머물고 있는 적층기술을 16~32단으로 끌어올리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해외 경쟁 기업들도 후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TSMC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후공정 기술 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TSMC는 연구소 설립과 기술 개발에 200억엔(약 2124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와 Iot 확산 등으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첨단 후공정 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후공정 기술 연구·개발을 진행하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