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폐지 임박..재건축 조합 "이참에 분양가 올려볼까"

주택 경기 낙관론 힘입어 분양가 상향 추진
가락시영 3000만원대, 서초 일부 단지 4000만원대 검토
조합 측 "인상 요건 충분", 건설사 "분양성 고려해야"
주변 시세 대비 5~10%선 인상 가능성 높아
  • 등록 2015-03-23 오후 6:42:08

    수정 2015-03-23 오후 7:08:32

△민간 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일반분양가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 하반기 일반분양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전경. (사진 제공=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청약시장이 달아오르고 집값 상승 기대감도 높아지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가를 슬금슬금 끌어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미분양 공포로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민간 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도 있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권에 공급될 재건축 아파트는 9개 단지, 총 1만 4387가구다. 이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3055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최근 주택시장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분양시장에도 훈풍이 불면서 보수적으로 잡았던 분양가를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강남권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일반 분양가를 높여 분양 수익을 늘리면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대표 단지가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는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다. 이 단지는 당초 일반분양 물량에 대해 3.3㎡당 2515만원에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최근 들어 주택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데다 다음달부터 분양가상한제까지 폐지됨에 따라 일반분양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 현황(단위=3.3㎡ 당 만원, 자료=부동산114)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요즘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조합 측이 가격을 올려도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듯하다”며 “일반분양가를 3.3㎡ 당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 초반까지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가락시영과 마주 보고 있는 가락금호와 우성아파트 매매가는 3.3㎡당 25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서초구 잠원한양과 한신5차도 일반분양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잠원한양은 162가구, 한신5차는 41가구로 많지 않지만 입지면에서 선호도가 높은 곳인 점을 감안하면 고가 분양도 가능할 것으로 조합 측이 판단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9월 인근에서 분양한 아크로리버파크2차가 역대 최고 분양가(전용면적 112㎡ 기준 3.3㎡당 최고 5002만원)를 기록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인근 잠원동 C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조합의 선택지가 넓어지게 됐다”며 “조합 측이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두 단지 모두 일반분양가를 3.3㎡당 3500만~4000만원 선까지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미분양을 우려하던 상황과는 입장이 많이 바뀐 것이다.

연말 분양 예정인 서초한양(590가구)과 삼호가든4차(417가구) 역시 일반분양가가 3.3㎡당 4000만원대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입지가 좋은 데다 가구 수도 비교적 많은 편이어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사는 분양가 인상에는 뜻을 같이 하면서도 인상 폭에 대해서는 조합과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원활한 분양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지금 당장은 분양가를 높이는 게 조합원들에게 이득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분양가가 너무 비싸 일반분양이 잘 되지 않거나 분양을 받고도 실제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 경우 경우 조합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며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하기 위해 조합 측과 꾸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마구잡이식 분양가 인상은 결국 주택 경기 회복에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조합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 분양 현황(자료=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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