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아돌포 우르소 기업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그린딜’ 정책과 관련해 “환경 (규제) 목표를 완화하지 않으면 유럽 자동차 제조업의 일자리 수십만개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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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소 장관은 “그린딜 로드맵은 설계 당시부터 이미 유럽 전기차 시장의 붕괴 및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모순을 보였다. 이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로드맵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우르소 장관의 발언은 값싼 중국산 전기자동차가 유럽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독일 자동차 업계에는 약 78만명, 이탈리아 자동차 업계에는 약 16만 5000명이 종사하는 등 양국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값싼 중국산 전기차의 범람으로 올해 상반기 이탈리아의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이탈리아는 페라리, 피아트,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유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는 비싼 가격 대비 인기가 없고, 그럼에도 전기차를 타려는 소비자는 저렴한 중국산 차량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트의 모회사인 다국적 기업 스탤란티스는 최근 피아트 500 전기차 모델의 수요가 약해 10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이탈리아 토리나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르소 장관은 전기차 가격이 “유럽인과 이탈리아인의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싸다”며 “유럽이 자체 국내 공급망을 먼저 개발하지 않고 (그린딜 때문에 해외에서) 전기차를 다급하게 받아들이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러시아의 화석연료 의존에서 중국에서 가공된 원자재 의존으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럽 자동차 제조업의 상징인 독일 폭스바겐도 자국 공장 폐쇄 및 대규모 인력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흔들리는 일이어서 독일과 유럽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