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법원행정처장으로 내정된 천대엽 대법관(60·사법연수원 21기) 아버지의 오랜 가르침 때문이었을까. 고위 법관 중 가장 재산이 적은 사람으로 알려진 천 대법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형사법 전문가로 해박한 법률 지식에 뛰어난 균형감각까지 갖춘 천 법관은 평소 청렴하고 검소한 법관으로 법원 안팎에서 두터운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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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 5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의 후임으로 천 대법관을 오는 15일자로 임명했다. 법원행정처장은 전국 법원의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현직 대법관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그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그가 법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들면서다. 천 대법관의 아버지는 부산 하야리아 미군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하며 스스로 학비를 벌어 사범대를 졸업해 중고교 영어 교사가 됐지만 숙환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려운 환경에서 외벌이로 문방구 장사를 하며 가사를 책임진 천 대법관의 어머니는 그가 물질적 보상보다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에 기여할 수 있는 명예로운 길을 가길 소망했다고 한다.
천 대법관이 겸비한 겸손의 미덕은 그가 재판에 임해 온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21년 국회 청문회에서 그는 “무거운 법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설 때마다 늘 속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법관으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경험과 지혜의 부족, 당사자의 진심을 통찰하지 못하는 모자란 능력에 대한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부끄러움이란 늘 낮은 자세로 재판에 임하는 삶의 태도로 읽힌다.
천 대법관은 중도 보수 성향 판사로 분류된다. 지난 정부 때 임명됐지만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한 적은 없다. 대법관 재임 중에는 조국 전 법무 장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자녀 입시 비리 등에 대한 재판에서 주심을 맡아 징역 4년형을 확정한 바 있다.
천 대법관은 사법부의 역할을 ‘다수의 부당한 편견에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피난처’라고 정의했다. 어떤 상황에도 형평의 저울이 기울어지는 일 없이 공동체의 가치 구현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