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LK-99’가 상온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과학계 의견이 굳어지고 있다. 이에 조롱에 가까운 ‘밈(meme·인터넷 유행어)’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학계에서는 이번 초전도체 소동을 계기로 기초·응용 과학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우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료과학자이자 지난 25년간 고온 초전도 분야를 연구해온 김찬중(65)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도 그렇다.
| 한국 연구진이 초전도체로 주장한 LK-99.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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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LK-99 논문 발표 초기 후배 과학자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자들은 이미 논문 발표 전 김 박사를 찾아와 ‘LK-99가 초전도체가 맞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후배 과학자가 LK-99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자 김 박사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연구자에게 느껴진 진정성이 있었다”며 “우리와 똑같은 연구지의 모습 같은 게 있지 않느냐. 데이터를 확인하려는 모습에서 느껴진 열정”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내 생각으로는 초전도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국내 전문가들을 찾아다닌 것 같다”며 “기성 연구소에서 신물질을 연구하는 곳이 몇이나 되나. 골방에서 신물질 연구하는 열정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반전이 일어나지 않으면 한동안 어렵겠지만 초전도 열풍으로 이 분야에 투자도 많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대중에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져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초전도 기술 개발 촉진 및 산업화 지원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한승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지난 19일 이 토론회 발제를 맡아 “초전도 기술은 크게 기초이론분야와 응용 분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기초이론 분야도 굉장히 탄탄하다. 이러한 기초 연구 역량이 없었으면 겨우 4쪽에 불과한 LK-99 논문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K-99는 다수 연구실의 검증 실험을 통해 초전도 특성이 없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지난 14일 서면브리핑에서 경희대 에너지소재양자물성연구실, 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3곳이 진행한 LK-99 재현실험 결과 초전도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엔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한양대 고압연구소, 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 포항공대 물리학과 연구팀 등이 초전도성이 없다고 분석했으며 같은 달 16일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