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배경훈 LG AI연구원장 “AI, 인간의 자아실현 돕는 인류 동반자로 만들 것"

지난해 11월 '초거대 AI' 개발해 상용화 연구 중
인간 전문가와 협업하는 틸다..다양한 분야서 활용
"AI 기술 통해 신약 개발·스마트 공정 등 사업 성과낼 것"
"윤리적 AI위해 데이터 편향 '최소 반영' 연구 진행"
  • 등록 2022-10-12 오후 4:45:07

    수정 2022-10-12 오후 9:10:43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무엇을 그리고 싶니?’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3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기반으로 한 의상을 선보인 천재 아티스트는 올해 초 열린 미국 뉴욕 패션 위크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이 아티스트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휴먼 ‘틸다(Tilda)’로, LG AI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으로 구현됐다. 쉽게 말해 틸다의 두뇌가 엑사원이다. 틸다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통해 신약 개발, 스마트 팩토리 내 전지 개발 공정 등 LG 계열사들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사진=LG)
“연구원 증원 한계…초거대 AI,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

LG는 지난 2020년 12월 최신 AI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AI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을 설립했고 출범 1년이 채 안된 지난해 11월 초거대 AI인 엑사원을 세상에 내놨다. 엑사원 개발을 총괄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1차적인 목표는 AI 기술을 통해 신약 개발, 스마트 팩토리 내 전지 개발 공정, 수요 예측 등 난이도가 높은 사업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인공 신경망의 파라미터를 13억개, 130억개, 390억개, 1750억개 등 단계적으로 키우며 초거대 AI를 연구해왔다.

배 원장은 “출범 전 2년 정도 준비기간을 가지며 연구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LG가 해결하고자 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이를 위한 해법으로 생각한 것이 초거대 AI 개발이었다”며 “초거대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니즈가 명확했기 때문에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배 원장은 “기존 AI의 경우 용도가 바뀔 때마다 수십만건 이상의 추가 데이터 학습을 해야 했지만 엑사원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추가 학습이 가능하다”며 “특정 용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패션 위크에 가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 중인 AI 아티스트 틸다(왼쪽)와 틸다가 만든 이미지를 확장해 옷으로 제작한 사례(오른쪽). (사진=LG)
틸다는 그중 가장 먼저 선보인 결과물로, 디자이너와 협력해 의상을 디자인할 수 있는 AI 휴먼을 선보였다.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해 200여개 의상을 디자인했고 뉴욕패션위크에서 그 결과물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 인간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하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LG AI연구원과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파트너십 체결도 예술 분야에서의 협업 사례다. 9월, 디자이너가 AI와 협업하면서 참신한 디자인을 시각적 이미지로 생성하는 창작 플랫폼인 ‘엑사원 아틀리에’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배 원장은 “AI는 앞으로 금융, 제조, 의료, 디자인, 교육, 서비스 등 사실상 전 영역에서 인간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초거대 AI 개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AI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세상에 없는 형태의 AI를 개발하기까지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는 “초기에는 초거대 AI의 학습을 위한 거대 컴퓨팅 인프라를 다루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인프라 환경의 안정성 문제로 학습을 처음부터 진행하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영어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한국어 데이터와 멀티모달 AI 구현에 필요한 이미지-텍스트 페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숙제였다고도 부연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사진=LG)
“다양한 분야서 상용화 노력…윤리적인 AI 개발에 앞장”

LG AI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출범 1주년을 맞아 온라인으로 진행한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엑사원을 공개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말에는 엑사원의 연구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주요 성과를 묻는 질문에 배 원장은 “엑사원을 고객 상담 센터, 전문 문헌 이해, 제품 디자인 생성 등에 적용하는 등 매년 20여개의 계열사의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세계에서 최초로 초거대 AI를 개발한 만큼 구글, 우리은행, 셔터스톡, 엘스비어 등 국내외 기업들과 민간 연합체인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를 꾸려 이종산업간 AI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는 엑사원을 상용화하고 활용하기 위한 파트너 연대로 볼 수 있으며, 지금까지 화학 전문가 AI, 상담사 AI 등을 개발했다.

배 원장은 “각 계열사 및 파트너사들의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AI 기술만으로 빠르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 결합해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리적인 AI를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서 책임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편향이 있으면 AI도 편향적인 결과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예컨대 사람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데 기존 시스템에 성별, 학력, 주거지역에 대한 편향이 있다면 AI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AI 판사를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에도 AI가 과거 학습한 판례에 인종차별적인 판결이 있다면 그대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 AI연구원은 데이터에 있는 편향이 의사 결정에 최소한으로 반영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LG가 8월 발표한 ‘LG AI 윤리원칙’과 일맥상통한다. LG AI 윤리원칙은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LG 임직원이 지켜야 할 올바른 행동과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원칙으로 인간존중, 공정성, 안전성, 책임성, 투명성 등 5대원칙을 담았다.

그는 LG AI연구원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 “각 분야 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AI를 통해 전문가처럼 디자인, 요리,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역량을 갖게 해주는 즉,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AI를 인간의 자아 실현을 도와 주는 인류의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LG AI대학원장 △국가 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 △한국인공지능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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