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들은 임금피크 적용을 받는 직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희망퇴직 제도가 막히면서 자발적 퇴사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청년 채용을 늘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정부가 결국 이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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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기업은행(024110), 기업은행 시니어 노조(제2 노조)는 지난달 19일 서울 금융감독원에서 희망퇴직 제도 재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희망퇴직 대상을 임금피크 적용 직원으로 한정하고, 임금피크 두번째 해부터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를 임금피크 지급률로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재 만 57세부터 3년간 임금피크 대상이 되는데 매년 65%, 총 195%의 임금피크 지급률을 적용받게 된다. 기존 연봉의 65%를 3년간 받는다는 의미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퇴직금 규모는 상당히 낮지만, 기업은행이 현재 운영 중인 ‘준정년 특별 퇴직금’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정년까지 5년 이하 남은 직원이 준정년 특별 퇴직제도를 신청하면 기존 연봉의 45%를 잔여 정년기간으로 곱한 값의 절반만 받을 수 있다. 정년까지 6년 이상 남은 직원의 경우 ‘기존 연봉의 45%×잔여 정년기간×1/4’만큼만 지급된다. 30년가량 근무한 3급 직원이 정년 2년을 남기고 퇴직하면 1억원 안팎의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뒷북’ 기재부, 청년채용 다급해졌나
이날 회동은 기재부가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재도입 방안도 기재부가 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에 희망퇴직이 폐지된 이후 기재부가 먼저 나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에 희망퇴직 제도가 재도입되면 7년 만이다. 기업은행 노사도 기재부 제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인사적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제시할수록 직원들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조합원 설문 결과를 토대로 보면 조건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만 노조 측은 2년간 근무하지 못함에 따라 받지 못하는 각종 복지비(약 5000만원 수준)도 추가로 지급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재는 실무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 최종 결정권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달엔 공운위가 이미 한 차례 열려 다음달을 기대해야 하지만 당장 안건으로 오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다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도 방안을 제시해야 해서다. 정부는 아직 산은과 수은엔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은행 한 곳에만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실무 논의 단계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