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물질인 아디포넥틴 농도가 높은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5년 뒤 우울증 발병 위험이 11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간 우울증 조기 진단을 위해 생체표지자(biomarker, 장기 기능이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추적물질)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히, 우울증 환자에서는 정상인보다 염증성 물질 분비와 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염증성 물질을 통해 우울증이 생기는 것을 미리 예측하는데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실제로 염증과 우울증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생체표지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있었던 것.
그러던 중 연구팀은 인체에서 가장 풍부한 항염증물질 중 하나인 아디포넥틴을 주목했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염증을 차단하고 억제하는 항염증성 물질이다. 동맥경화·심장병과 같은 염증성 질환의 위험을 낮춰주는 ‘좋은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물질이 우울증의 생체표지자로 활용가능한지 확인된 연구가 없다는 것에 착안해 노년 우울증의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지 밝히고자 했다.
그리고 5년 뒤 우울증 발병 위험을 분석한 결과 혈중 아디포넥틴 농도가 상위 삼분위에 해당하는 노인들은 하위 삼분위의 노인들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11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노년기가 되면 우리 인체는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생기기 전, 이를 막기 위해서 미리부터 염증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항염증물질 분비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며 노년 우울증이 생기려 할 때 우리 몸속에서는 다양한 염증성 물질들이 증가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만큼 염증을 억제하기 위한 항염증물질(아디포넥틴)도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평가 하는 것 외에는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다. 또한 발병하기 전 미리 예측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예방하기 위한 치료를 적용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더욱이 노인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기능 수준,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젊은 연령보다 증상이 모호해 치료의 기회가 적기도 하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