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지지 결정에 대해 “전 세계 독재자들에게 그와 같은 편에 선다면 살인을 저질러도, 즉 미국의 전통 가치를 침범하는 행동도 눈감아주겠다는 메세지를 전한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논란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를 옹호·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죽음에 대한 모든 진실은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 일에 관여돼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미국은 사우디와 함께 간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을 표방하며 사우디를 제재할 경우 1110억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가 중국·러시아 등과 거래할 경우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사우디는 원유가격을 안정시키고 싶어하는 내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주고 있다”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우디의 4500억달러 대미투자 약속이 미국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앞서 보도했던 것처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빈 살만 왕세자의 살해 지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날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던 약속과는 달리, 성명으로 대신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에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의 살해 지시를 묵인했다고 분석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정치적 목표와 상충하는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무시하고 이미 판단을 내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것이 확실하더라도 사우디와의 동맹을 이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사우디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조건적 지지는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해 미국 최우선주의의 야만성을 부각시켰다”며 “자유와 민주주의,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도덕적 사명을 수행하겠다는 미국 특유의 사상을 부정하고, 국제법 영향력과 글로벌 책임 의식에도 타격을 입혔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정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다이앤 페인슈타인 상원의원은 “미국이 그동안 소중히 여겨왔던 모든 가치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프랜시스 루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은 태생부터가 자유의 원칙과 법 지배에 기반을 둔 국가”라며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우디를 지지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인권을 수호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