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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공모금액만 4600억원이 넘는 상반기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 최대어 제일홀딩스 상장 절차가 본격화됐다. 상장 후 해외시장 진출폭을 넓히고 가정간편식(HMR)·유통물류 등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내 또 다른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024660)와는 내년초쯤 합병을 통해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료·고기·유통까지…식품 수직계열화 구축
민동기 제일홀딩스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간담회에서 “글로벌 종합 식품기업이라는 그룹 비전 아래 안정적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식품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제일홀딩스는 하림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다. 지난 2011년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부문(제일사료)과 투자부문(제일홀딩스)로 나눠지면서 지금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3월말 기준 상장사 6개를 포함해 총 74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1999년까지 가금 사업을 영위하던 하림그룹은 2008년까지 계열화 사업 체계화와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고 지주사 체제에서는 해외 진출과신사업 확대를 본격화했다. 이른바 ‘삼장(농장·공장·시장)’ 통합 경영을 통해 원료부터 판매까지 과정을 처리하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확립한 것이 특징이다. 천세기 경영지원실 상무는 “통합경영을 통한 생산성 강화가 장점”이라며 “과당 경쟁체제인 사료시장에서 18.1%의 시장점유율(MS)을 확보했고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30.2%, 9.3%를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성 지수로 통하는 닭고기 FCR(고기 1kg당 소요 사료양)는 1.54로 국내 5개사 평균(1.66)보다 낮고 미국 평균 수준(1.5)에 근접했다. 양돈분야에서 MSY(어미돼지 1마리당 연간 상품화 돼지수)는 21.82로 국내 평균(18.20)을 크게 웃돈다. 계열사 엔에스쇼핑은 연간 20%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2014년 인수한 팬오션(028670)을 통해 글로벌 곡물 유통사업에 진출해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1964억원으로 전년대비 21.2%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기간 각각 28.4%, 113.2% 증가한 4507억원, 3717억원이다.
최근 확보한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에는 최첨단 도심형 물류단지를 개발한다. 천 상무는 “지하에 최첨단 물류센터를 들이고 지상은 연구시설·컨벤션·호텔 등 복합 뮬류단지를 조성할 것”이라며 “내년 시공사를 선정해 2019년 상반기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일홀딩스가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팬오션 인수 시 조달한 인수금융의 상환이 가장 큰 목적이다. 팬오션 인수 당시 조달자금 상환 계획에 대해 이미 IPO를 통한 공모를 밝혔다는 게 회사측 전언이다.
한편 제일홀딩스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2세 편법 승계’ 논란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일홀딩스는 김흥국 회장이 41.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김 회장 장남인 김준영씨가 보유한 한국인베스트먼트(옛 한국썸벧)와 올품이 각각 37.14%, 7.46%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으로는 김씨 지분이 더 많은 상황이다. 올품은 2012년 김씨가 증여세 100억원을 내고 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어서 증여세 100억원으로 10조원 규모 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를 지배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말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을 통해 김 회장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은 41.78%로 높아졌고 오너일가의 주식은 502만여주에서 4700만여주로 증가했다. 상장 과정에서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지주사 합병 등은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편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일 뿐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가 성급한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있지도 않고 검토하지도 않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향후 IPO 일정은 오는 12~13일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확정하고 19~20일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는 2만700~2만2700원으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조6000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