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원인은 기본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쉽게 설명된다. 다만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은 원화채권 매수 1위를 기록해왔던 프랭클린템플턴의 템플턴글로벌본드펀드가 환매에 시달리면서 원화 채권을 팔아치운 영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템플턴이 좌우하는 韓 채권시장..17조원 순유출 추정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작년 채권시장에서 12조3420억원의 자금을 뺐다. 그로 인해 외국인 채권보유 자금은 2015년말 101조4000억원에서 89조3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채권시장 일부에선 템플턴글로벌본드펀드가 작년 한 해동안 약 17조원의 원화 채권을 내다팔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5년말 템플턴펀드의 원화 채권 보유 규모는 대략 22조원으로 전체의 20%를 넘게 차지했는데 최근엔 5조원 이하로 줄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템플턴 펀드는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10조원 가량을 보유했는데 그 이후에도 상당량을 매도하면서 최근엔 5조원 이하로 보유 규모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외국인 투자자들은 통안채에서 1조4000억원을 순유출하고 국채에선 8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런 흐름 역시 템플턴의 움직임을 방증한다. 김 센터장은 “템플턴펀드를 운용하는 마이클 하젠스탑 프랭클린템플턴 글로벌 매크로 최고운용책임자(CIO)는 FX전문가로 원화 채권 강세보단 원화 강세에 투자했고 그러다보니 유동성이 좋은 통안채를 주로 매입했는데 이를 매도하다보니 통안채에서 자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역전현상’ 아랑곳 않는 외국인, 속내는
이런 상황에서 장기 국고채에 대해선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다는 점은 의외다. 작년 잔존만기 1~5년인 채권엔 1조9440억원이, 5년 이상 채권엔 7487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더구나 국고채 5년물, 10년물은 미국 금리와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13일 기준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1.810%, 2.096%로 미국 국채(1.899%, 2.398%)보다 낮다. 그럼에도 꾸준한 국고채 매입에 외국인 자금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출됐으나 이달 들어선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미국을 제외한 더블A 등급 이상의 국채 중에선 한국 채권이 가장 금리가 높은데다 유럽 등과 비교해서도 여전히 금리 우위를 보인 영향이란 해석이다. 다만 금리에 대한 투자보다 아비트리지(arbitrage, 차익거래)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국고채 장기물은 주로 헤지펀드, 이머징 펀드 등이 투자하는데 작년엔 큰 움직임이 없었다”며 “이들은 채권을 만기까지 가져가겠단 전략이 아니라 단기트레이딩을 통해 아비트리지를 먹겠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화 통화스왑 금리(CRS금리 1년물 0.98%)는 여전히 낮고 IRS금리(1.218%)는 이보다 높고 국내 채권금리는 IRS보다 높다”며 “통화스왑에서 숏포지션을 잡고 채권시장에서 롱포지션을 잡으면 스프레드만 60~70bp 이익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