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담뱃값을 올려 더 거둔 세금이 3조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건강을 챙긴다며 세금을 대폭 인상했지만, 판매가 덜 준 결과다. 이 때문에 윤씨 같은 흡연자 주머니만 털린 꼴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정부가 거둬들인 담뱃세는 총 10조 534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6조 9732억원에서 51.1%(3조 5608억원)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담배 제조업체의 공장 반출 물량과 수입업체의 세관 통관 물량 등 전체 반출량에 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을 곱해 구한 추정치다. 담뱃세는 정부가 담배 반출 시점에 제조·수입업체로부터 미리 걷는다.
하지만 실제 세수는 이보다 7600억원 정도 더 걷혔다. 세금은 곱절이 됐지만, 소비가 예상만큼 줄지 않은 영향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반출량은 31억 7000만 갑으로 2014년(45억 갑)보다 29.6% 줄었다. 담배 제조·수입업체가 반출한 담배를 도·소매점에 넘긴 판매량의 경우 23.7%(43억 6000만 갑→33억 3000만 갑)가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도입하기로 한 시기가 올해 말로 늦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정부가 담뱃세를 높이면서 정작 금연 관련 예산은 줄였다”며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대놓고 증세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금연 지원 서비스 예산은 1365억 700만원으로, 작년보다 109억 9300만원(7.5%) 감소했다.
담배 세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세무학회장)는 “과거 추이를 보면 국내 경제가 어려웠던 1997~8년, 2009년에 연간 담배 소비량이 평균(45억 갑)보다 5억 갑 정도 늘었다”며 “흡연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는 만큼 세금을 올리는 가격 정책보다 비가격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