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허주(虛舟) 김윤환 전 민국당 대표(72)가 암과의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선고받은 "2개월의 시한부 인생"도 다 끝나 지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를 오랫동안 보좌했던 허성우 부대변인은 13일 기자와 만나 "의식이 왔다 갔다 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그를 병문안했던 한 인사도 "허주가 오늘 내일 하는 것 같다"고 밝혀 그의 임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작년 대선이 한창이던 9월께 등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진과 치료를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암 진단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올초 병원측으로부터 신장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암 판정을 받은 직후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미국에서 한쪽 콩팥을 떼어내고 척추수술도 받았다. 신장암이 척추에까지 전이됐던 것.
미국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요양하던 김 전 대표는 지난 10월 귀국해 일산의 암센터에게 치료를 받다가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와 암과의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왔다.
특히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김 전 대표를 전격 방문해 화제가 됐다. 이 만남은 이 전 총재가 2000년 16대 총선 당시 "개혁공천"을 빌미로 그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악연"이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총재는 한인옥 여사와 함께 방배동 자택을 찾아가 부인인 이절자 여사에게 "여러가지로 미안하다,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천탈락 직후 "권력은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배제"라는 악연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년 대선 때 이 전 총재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구정치의 표본"에서부터 "마지막 로맨티스트 정치인"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민정계의 핵심인사였던 그는 신군부의 국가보위 입법회의 문교공보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으며 청탁비리와 공천헌금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이런 이유로 결국 지난 16대 총선 때 총선시민연대로부터 "공천 부적격자"에 선정됐고 자신의 오랜 텃밭이었던 경북 구미에서 낙선했다.
허성우 부대변인은 "허주는 3김과 차별되는 정치인"이라며 "3김은 여유가 없는데 허주는 여유있게 정치를 해왔다"고 김 전 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허 부대변인은 "많은 기자들이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호감을 가졌다"며 "사람을 아주 편안하게 해주는 기술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의사인 정혜신씨는 자신의 저서 <남자 VS 남자>에서 김 전 대표를 "변화를 좇는 빈배"라며 "변화를 품는 거목" 김윤식 교수와 대비시켰다. 정씨는 특히 "(그의 변화는) 특유의 유연함과 어울리지 않아 불길하다"고 적었다.
정씨의 지적은 결국 적중한 것 같다. 한나라당 공천탈락에 이어 총선에서 낙선했으며 민국당 실험도 실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