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생계비 끊어놓고 문제없다는 중기부

유망 기술 기업 길러낸다 홍보해온 정부
예산 바닥나 돌연 지급 중단
담당 부처인 중기부 “내년에 줄 텐데 뭐가 문제”
정부 ‘인큐베이터’ 믿은 초기 유망 스타트업들 고사위기
  • 등록 2024-07-22 오후 8:13:39

    수정 2024-07-22 오후 10:34:03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지원금을 깎은 게 아니라 지급만 내년으로 미룬겁니다. 국회가 협의만 해줘서 내년 예산 늘어나면 다 줄 수 있어요. 그 정도는 스타트업들 다 버틸 수 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악덕 체불임금 사장이 아니라 정부가 꺼낸 말이다. 예산이 돌연 바닥났다는 이유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에게 약속했던 지원금을 돌연 끊어놓고 꺼내든 해명이 ‘스타트업들이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정부의 대표적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팁스(TIPS)’ 대상 기업에 지급될 연구개발(R&D) 예산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올해 지급받아야할 예산의 반도 채 받지 못하고 기약 없는 보릿고개로 내몰리게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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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가 돌연 지급을 미룬 R&D 예산은 스타트업들에게는 사실상 생계비나 마찬가지다. 기술 개발 및 사업 운영 대금을 지급하고 연구원 월급으로 쓰는, 생존에 핵심적인 비용이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어떤 스타트업들에게 정부 지원금 연체로 생긴 이 보릿고개는 단순히 기다림을 넘어 죽음의 고개가 될 위기다.

문제는 올해 미지급된 예산을 내년에 지급하겠다는 중기부의 계획이 허점 투성이라는 점이다. 중기부가 올해 미지급한 연체분을 내년에 주기 위해서는 2025년도 R&D 예산을 그만큼 증액해서 받아와야 한다. 중기부 측은 국회를 설득해서 예산을 기준 대비 넉넉하게 받아오겠다는, 그저 ‘계획’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연초만 해도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이유로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선정된 기업들에게 주지 못했던 미지급 지원금을 깎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내년에 예산 확보 실패를 이유로 비슷한 시도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스타트업들이 이제 정부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대안 마련을 호소하는 이유다.

팁스는 우수 기술을 보유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워내자는 취지의 제도다. 벤처캐피털(VC)의 초기 지원을 받고 기술력을 검증 받은 뒤, 정부의 추가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민간에서도, 정부에서도 가능성을 인정한 유망 기술 기업들이라는 의미다. R&D 예산을 받는 기업 대부분이 산업 생태계에 뿌리내릴 수 있을 기반을 길러나가고 있는 단계이기에 자생력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정부의 인큐베이터에서 갑자기 내몰려 발생한 유동성 경색으로 생존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기부는 일방적인 지원금 중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중기부의 일방적인 약속 위반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스타트업들에게는 불확실하고 허울뿐인 약속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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