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농담으로 나누던 이야기가 최근 드라마로 방영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송중기 배우가 우리를 대신해 2회차 인생을 사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 최대 재벌인 ‘순양그룹’을 차지하기 위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면서 시청자들도 ‘나였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끔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인수를 위해 진도준(송중기분)이 차례로 재산을 불려 나가는 모습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그렇다면 진도준이 감행한 투자 가운데 가장 큰 수익률(전액 투자 전제)을 안긴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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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2회차 인생’ 얘기를 할 때면 늘 나오는 게 ‘복권 번호를 외워두라’는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복권 연속 당첨은 가성비가 좋지 않다. 당첨되더라도 매주 얻는 수익이 1억5000만원(1990년 주택복권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번 당첨에 수십억이 가려지는 로또 복권도 2002년 12월에나 첫 시작을 알렸다. 더구나 매주 당첨자가 똑같을 경우 생겨날 의심의 눈초리도 따져봐야 한다.
다행히도 진도준은 복권 당첨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진양철 회장)와의 내기를 통해 분당 신도시 부지를 증여받아 초기자금 240억원을 마련한다. 요즘 로또복권 10번 당첨에 준하는 자금을 큰 무리 없이 마련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극 중에서 정확한 투자 규모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영화 대박을 알고 있던 ‘2회차 인생’ 진도준이 전액을 베팅했다면 240억원이 2640억원으로 불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수익률 급등에 방점을 찍은 투자는 ‘아마존’(극중 코다브라)에 초기 투자를 집행한 것이다. 극 중에서는 상장 이후 주가가 900% 올랐다는 얘기만 나온다. 다만, 진도준이 1997년부터 아마존 투자를 찜하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아마존은 1997년 5월 주가가 9센트에 불과했지만, 1999년 12월 4.70달러까지 오른다. 산술적으로 52배 수익을 올린 셈이다. 당시 기업가치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타이타닉 투자로 불린 2640억원을 전액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3조7280억원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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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진도준은 투자전문 운용사(미라클 투자법인) 대주주로 활동하면서 차곡차곡 수익을 불려 나간다. 앞선 아마존처럼 어디가 대박 날 투자처인지 알고 있으니 전문 운용사를 차려 자금을 굴리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미라클 투자법인이 DMC(디지털미디어시티) 재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투자수익(20% 기준)으로만 9400억원을 벌 수 있다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앞선 수익과 비교하면 소박한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져보면 결과적으로 진도준이 감행한 최고 투자는 아마존 초기 투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쯤 되면 또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긴다. 만약에 진도준이 순양그룹 쟁탈전에 뛰어들지 않고 아마존 투자를 이어갔다면 투자금은 얼마가 돼 있을까. 미래를 아는 그가 올해 가장 고점(2022년 52주 최고가 기준 172.94달러)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무려 1922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앞선 전제를 적용해 2640억원 전액을 투자했다면 무려 507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미국 주식에 부과하는 양도 소득세 22%를 제하고도 400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문득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두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재벌집 막내 아들’인 것이, 대기업 총수가 되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라는 생각도 덩달아 든다. 22일 종가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52조814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