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8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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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5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최근 경쟁자들이 파운드리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잇달아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만큼 삼성도 이에 상응하는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미래 먹거리 안목 통했지만…공격적인 경쟁자들11일 업계에 따르면 2005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2017년 5월 파운드리 팀을 떼어내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판단 아래 일찌감치 파운드리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었다. 이후 2019년 4월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지난해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R&D)과 생산 라인 건설을 위해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안목은 통했다. 기술력을 기반 삼아 점차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통해 추격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5㎚ 이하 첨단공정 분야에서 대만 TSMC와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턴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반 3㎚ 공정 양산에 나서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만약 계획대로 3㎚ 양산에 성공한다면 이는 업계 최초가 된다. 이미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성은 담보된 상황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 이상 커진 1288억달러(약 164조22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두자릿수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 2022년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기업별 점유율 예측(사진=트렌드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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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당장 올해만 해도 TSMC는 56%까지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추산된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6%로 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 측은 “시장의 과도한 우려와 달리 현재 주요 고객사 수요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캐파(생산능력) 이상으로 견조하며, 다수의 주요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강문수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고 일축하긴 했으나 최근 들어 파운드리 수율 문제 탓에 미국 퀄컴 등 주요 고객사가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쟁자들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TSMC는 올해 투자 예산을 400억~440억달러(51조~57조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인텔도 연구개발(R&D)에만 역대급인 152억달러(약 19조3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가 12~16조원 수준으로 점쳐지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대규모 투자+M&A+인력 양성’ 주문전문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넘어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인력·기술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중휘 인천대 교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변화는 인재와 인프라 등 환경을 안정화하고 보다 일관성 있게 유지했을 때 올 것”이라며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안정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체적인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국내 대학 등과 함께 협력해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개방성이 필요한 때”라고도 했다. 새 정부가 가석방 신분으로 손발이 묶인 이 부회장의 사면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각계에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