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가 이른바 ‘성남시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4일 병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피해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문제 이외에도, 해당 사건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2일 박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남시 어린이집 성폭력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라는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른이 보는 관점에서 성폭력 관점으로 보면 안 되고 발달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는데 과도하게 표출됐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가해 행동을 옹호하는 취지로 비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복지부는 “박능후 장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을 피해 아동과 부모님,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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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협은 “해당 사건에서 가해 아동이 취했던 행동은 이런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연장 선상에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따라서 해당 사건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사건이 왜 발생하셨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를 국민 앞에 발표했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능후 장관은 해당 사건의 가해 아동의 행동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 중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인 것처럼 표현하면서 피해 아동과 그 가족들에 큰 상처를 남겼다”라며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어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병의협은 박 장관의 직접 사과가 아닌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통한 사과문을 지적하며 “해당 보도자료에는 ‘이번 사건은 장관의 견해가 아닌, 아동의 발달에 대한 전문가의 일반적 의견을 인용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해명이 담겨있다”라며 “박능후 장관은 자신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장관직을 사퇴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병의협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정부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연계된 모든 부서의 역량을 동원하여 미취학 및 미성년자의 성 발달과 성폭행, 성병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대책을 마련하고,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성남시 어린이집 성폭행 의혹’은 최근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5세 여아의 부모가 딸이 또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올리면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