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구글과 네이버, 그 씁쓸함에 대하여

  • 등록 2018-05-09 오후 2:06:35

    수정 2018-05-09 오후 2:06:35

[마운틴뷰(美 캘리포니아)=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9일(한국시간) 한성숙 네이버(035420) 대표의 뉴스 정책 개편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구글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규모로 봤을 때 구글과 네이버는 비교하기 힘든 정도이지만, 한국 기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웠다.

8일(현지시간) 구글IO 컨퍼런스에서 피차이 구글 CEO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날부터 하루 5개 이상의 구글 추천 뉴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양질의 기사를 다양하게 추천해 독자들의 이해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피차이 CEO는 먼저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지면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뉴스 산업이 재편되면서 기존 언론사들의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전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피차이 CEO는 언론사들이 양질의 기사를 작성해야한다는 점과 이런 기사가 독자들에 많이 전달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질 높은 저널리즘이 중요하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사용자들에 많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역할을 AI가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글은 특정 이슈에 사용자가 편향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독자에 추천하는 것이다. 또 해당 이슈에 대해 매체들이 어떻게 보도해왔는지 타임라인 형식으로 보여준다. 업힐 엔지니어는 “사용자가 사용할 수록 구글뉴스는 더 유용해진다”고 자신했다.

몇 시간 뒤 한국에서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나와 뉴스 정책에 대한 개편 방침을 발표했다. 모바일 화면 전면에서 뉴스를 빼고, 올해 3분기까지 AI가 기사를 배열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로 뉴스 판을 신설해 네이버 모바일 2번째 화면에 배치하는 등 사용자가 다양한 뉴스를 보고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검색 포털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공교롭게 몇 시간의 시차를 앞두고 두 기업이 뉴스 서비스 개편 소식을 알렸지만, 구글 IO에 온 한국 기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까지 와서 작성한 기사가 네이버 뉴스 개편 이슈에 묻힐 것이라는걱정과 너무 비교되는 두 기업 상황 때문이다.

더욱이 네이버 뉴스 논란은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면서 예상외로 커졌다. 네이버가 어느정도 이번 사태를 자초했고, 대응도 뒤늦었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드루킹 이슈를 이용한 면도 있다.

더이상 사업을 못하게 하겠다는 으름장을 네이버에 놓은 국회의원도 있다. 네이버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도 여럿 발의됐다. 미국에서는 좀처럼 이해 안되는 일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무서워 밤잠을 제대로 못잔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네이버의 해외 진출과 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을 보면 이 창업자가 편안히 잠자리에 들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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