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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재무부 차관으로 하마평에 올랐다 낙마한 안토니오 웨이스(48) 전 라자드 글로벌 투자은행 대표가 한 달만에 제이콥 루 재무장관의 자문관 명함을 들고 월가 고위 임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사실상의 차관 역할이라는 뜻의 `그림자 차관(Shadow Undersecretary)`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웨이스 자문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분기 국채 발행계획을 월가 임원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에 호스트 역할로 참석했다. 전통적으로 미 재무 차관이 맡아온 이 일을 한낱 장관 자문관이 소화했다는 사실을 두고 월가 호사가들은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웨이스 자문관은 라자드 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해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석인 재무부 국내금융 담당 차관으로 지명하려던 최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대항마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웨이스 대표가 몸담은 라자드가 버거킹이 캐나다 도넛업체인 팀호튼 인수에 자문한 것을 문제 삼아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버거킹이 팀호튼을 인수 합병하자 미국내에서는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신 그는 루 재무장관의 자문관을 맡았다. 연방정부의 부채와 국채 발행을 관리하고 월가와의 교섭창구 역할까지 하는 국내금융 담당 차관과 달리 자문관은 큰 역할이 없어 의회 인준이 필요없기 때문이었다. 웨이스 전 대표는 루 장관과 함께 오바마 행정부 내에 포진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씨티그룹 고문)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웨이스가 자문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신고식을 치르자 월가 안팎에서는 그가 사실상의 차관 역할을 맡은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재무부 안팎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18조1000억달러에 이르는 정부부채를 관리하는 중책을 웨이스 자문관이 은근슬쩍 떠맡은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마크 캘러브리아 카토인스티튜트 금융규제담당 이사는 “웨이스를 그림자 차관이라고 불러야할 것 같다”며 “차관 역할을 하지만, 인준이 필요없는 만큼 웨이스는 의회 참견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