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연기·조기 총선 왜?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 연기 카드를 꺼낸 표면적 이유는 취약한 경제상황이다. 경제가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세를 올리면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뒤 일본 국내 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일반적으로 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면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 아베 정권은 최근 각료들의 잇따른 정치자금 스캔들과 부진한 경제성적표가 부각하면서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했다. 이 뿐 아니라 동아시아 외교 고립이나 영토분쟁, 원전을 포함한 국내외 문제가 산적해 지지율을 까먹을 수밖에 구조다.
아베 총리로서는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조기총선을 치르는 게 낫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 연기 카드 심판론’은 조기총선을 밀어붙이는 그럴듯한 명분인 셈이다.현재 야권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총선준비도 제대로 안돼 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294석)과 공명당(31명)은 중의원 전체 의석(480석)의 3분의 2가 넘는 325석을 확보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이기면 사실상 4년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아베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란 뜻이다.
악화된 여론·경제상황이 변수
아베의 승리가능성이 크다 하더라도 실제 선거전에 돌입하면 예상외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우선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변수다. 니혼(日本)TV가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7%는 12월 선거를 치르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막대한 선거 비용에 대한 비판도 높다.
법적 문제도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은 선거구별로 인구격차가 큰데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최고재판소(일본의 대법원)이 선거구별 인구 격차가 너무 큰 현재 중의원 선거는 유권자가 행사하는 1표의 가치 평등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현 상태로 총선을 강행하면 모든 선거구에 대해 일제히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재판소 판결은 이달 26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