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절정 속 ‘벌레와의 전쟁’…미국흰불나방 유충, 제거는?

기온 오르며 마지막 월동 준비 하기에 ‘최적’
나뭇잎 갉아먹는 해충이지만…인간에겐 ‘무해’
“땅속으로 들어가면 찾기 어려워, 봄에나 제거 가능”
  • 등록 2023-10-25 오후 5:06:55

    수정 2023-10-25 오후 5:06:55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안양천을 따라 달리기를 하다 머리 위로 송충이처럼 생긴 벌레가 떨어지는데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미국흰불나방유충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서울 양천구 인근의 안양천을 뛰며 운동하던 임모(32)씨는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벌레에 팔과 다리에 닭살이 돋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두운 밤에 뛰는 터라 물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털 달린 벌레가 떨어지며 머리에 붙자 임씨는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아는 지인과 뛰다가 둘 다 벌레의 존재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뛰어 도망갔다”고 말했다.

유독 기온이 높았던 올해 최적의 서식 조건을 맞이한 벌레들이 출몰하며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특히 서울 한강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출몰한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등 전국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등에도 이 벌레가 나타나고 있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지금 한강에서 돗자리 깔고 놀 거면 에프킬라나 아니면 텐트를 갖고 와라. 지금 송충이가 한강을 점령했다’, ‘지금 한강에 송충이 많아, 바람 불면 나무에서 우수수 떨어진대’, ‘어제 한강공원 나무에서 송충이가 하도 많이 떨어져서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는 등의 글을 통해 이 벌레 때문인 불편을 호소했다.

송충이와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주로 활엽수에서 서식하는 산림 해충이다. 몸에 검은 점과 흰 털이 많고 실을 토해 잎을 싸고 떼를 지어 살며 노숙 유충 이후가 되면 실을 토하지 않고 분산해 기주식물의 잎맥만을 남기고 잎을 먹어 치운다. 암컷 한 마리가 알을 600~700개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대단하며 1년에 한 번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많게는 3번까지 출몰할 수 있다.

미국흰불나방은 1958년 북미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유입된 지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기온이 다른 해와 비교해 높았던 올해 더 많은 번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모(33)씨는 한강 공원을 따라 뛰다 보면 거리에 떨어져 있던 벌레가 “미국흰불나방 유충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무슨 벌레인지 모르고 ‘이게 뭐지’했는데 뉴스로 미국흰불나방 유충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벌레들이 나뭇잎을 갉아먹어서 그런지 나무들이 우거진 곳을 피해 뛰어 다녔다”고 말했다.

한강 일대에서 미국흰불나방 유충에 대한 방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한강본부 녹지관리과 담당자는 “고압 살수로 해충을 떨어뜨린 뒤 정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떨어져도 다시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거나 옆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완전한 방제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생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벌레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쓰되, 인간에게 독성이 없는 등 무해한 점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훈 홀로세 생태보존 연구소 소장은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가을철 월동에 들어가기 전 왕성하게 움직이는데, 다시 기온이 오르니까 마지막으로 나뭇잎을 많이 먹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것 같다”며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월동을 하면서 번데기 기간에 땅속으로 들어가면 찾기 어려워 봄에 나올 때 집중적으로 채집해서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털이 많아 징그럽게 생겼지만, 사람에게 독성은 없다며 무해 하니 피해 다니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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