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서민 시름…최대 마진 정유사 ‘횡재세’ 도입해야"

'민자발전사와 정유사 초과이윤,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토론회
4대 정유사, 코로나 이전 총마진율 7%대…올 2분기 15%대 급증
이탈리아·영국·스페인 이미 도입…전문가 “빈곤층 돕는데 사용”
  • 등록 2022-08-24 오후 5:16:52

    수정 2022-08-24 오후 5:16:52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우리나라도 이탈리아와 영국, 스페인 등과 같이 에너지 대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사이 인플레이션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횡재세를 활용해 빈곤층을 돕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민자발전사와 정유사 초과이윤,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민주노총과 기후정의동맹, 에너지노동 사회 네트워크 등은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자발전사와 정유사 초과이윤,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인플레이션 시기, 초과이윤 통제와 횡재세’란 주제를 통해 국내 정유사 등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횡재세란 기록적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정유사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수익을 거뒀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세환급하는 것을 가리킨다.

정유 등 에너지 업종은 횡재세 도입이 거론되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국내 정유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어서다. 실제 나 교수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010950))는 코로나 이전 5개년(2015~2019년) 평균적으로 총마진율이 7%였다. 그러나 올해 2분기의 경우 총마진률이 15.7%까지 급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코로나 전 평균에 비해 2배 넘게 오른 셈이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의 이러한 마진 추구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횡재세를 거둬야 하는 이유로 봤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에 대한 서방의 제재 등 공급측 요인을 꼽았으나, 이 같은 에너지 독점 기업들의 행태도 한몫 했다고 본 것이다.

나 교수는 “미국 경제정책연구소나 유럽중앙은행에서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기업의 이윤 증가를 꼽고 있다”며 “호주연구소의 분석결과 최근 물가급등은 15% 정도가 노동비용 상승 때문이고, 60% 정도가 기업이윤 마진 증가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탈리아와 영국, 스페인에서는 이 같은 문제 인식 아래에서 횡재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2021년 10월~2022년 4월기간 중 전기, 천연가스, 휘발유 제품의 생산자 및 판매자의 신고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얼마나 늘어났는지 계산해 500만유로(약 67억원) 이상 이익이 늘어난 기업에 대해 10%의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도 과거 1980년대 당시 12.81달러를 초과하는 석유 판매 가격에 대해 70%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횡재세를 시행했다. 올해 5월에도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대해 유사한 내용의 조세정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나 교수는 “반대자들은 횡재세 부과로 인해 기업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에 따르더라도 과거 횡재세를 부과했던 선례들을 검토해 보면 그런 영향을 크지 않았다”며 “해당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횡재세는 분배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며 특히 국내 정유 4사의 경우 횡재세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횡재세를 직접적으로 검토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수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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