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라운 건 메디팹(2016년 설립)은 바이오 스타트업 답지 않게 이미 25개 대리점을 통해 조직 수복용 생체재료 판매를 하고 있었다. 또 독자기술로 개발한 바이오 3D 프린터기가 시판을 앞두고 있다. 보통의 바이오벤처가 실현 가능성을 측정할 수 없는 연구에 매몰 돼 있는 것과 달리 메디팹은 시장경쟁력과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메디팹은 투자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IBK케피탈 10억원, 서울산업진흥원(SBA) 2억원 등 15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6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유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7일 이데일리는 서울 금천구 두산로에 위치한 메디팹 본사를 찾아 연구상황을 짚어보고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살펴봤다.
차 대표가 처음 관심을 둔 분야는 성형 필러다. 그는 “기존 성형시술에서 쓰이는 HA(히알루론산, Hyaluronic acid)필러는 젤 타입으로 시술된다”면서 “피부에 주사기 젤을 짜 넣을 때 상당한 압력을 필요로 해 시술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기존 시술법은 얼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혈관이나 신경을 잘못 건드려 안면마비, 피부 괴사를 초래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차 대표는 현재의 필러 시술을 젤이 아닌 보다 안전한 액체 소재로 바꾸면 시술의 편의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메디팹에선 키토산을 소재로 액체형 필러 소재를 독자 개발했다. 메디팹의 액체 형태로 된 필러를 체내 주입하면 생체온도(섭씨 36~38도)에서 젤로 변한다. 이른바 ‘온도 감응형 필러’ 시술법을 독자 개발한 것이다. 이 시술법은 예상대로 액체 주입에 필요한 주사기 압력이 낮아 시술이 편리했다.
필러 효과 지속 기간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차 대표는 “비교 임상 결과, 시중에서 많이 쓰이는 유수의 수입 필러는 3~6개월이 지나면 다 꺼진다(사라진다). 최대 1년 반 지속된다는 모 필러도 4개월 후 잔여량은 30%에 불과하다. 반면 메디팹 필러는 시술 4개월 후에도 잔여량이 78%에 달한다. 이를 유추해보면 메디팹 필러는 최대 2년간 효과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메디팹 필러는 올해 전임상을 마치고 내년부터 1년간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필러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단일 임상으로 진행된다. 임상이 계획대로 순항된다면 메디팹은 2023년부터 필러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메디팹은 바이오 프린팅에도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했다. 메디팹은 ‘오가노큐브’라는 3D 바이오프린터를 만들어냈다. 기존 바이오프린터가 생체 온도 37도 수준의 설정 기능만 제공한다면 오가노큐브는 온도, 습도, 산소, 이산화탄소 등 생체 기능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신체와 유사한 인공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차 대표는 “오가노이드 조직을 만들려면 줄기세포에 하이드로젤을 섞어 프린팅을 한다”며 “이를 인큐베이팅에 넣은 뒤 조직배양 실험이 이뤄진다. 문제는 최대한 생체 비슷한 환경에서 오가노이드를 프린팅해야 세포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데, 현재까지 바이오 제품은 그러지 못하다. 이에 최대한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세팅할 수 있는 3D 바이오프린터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386개 기관에서 371만2380마리의 실험동물을 사용했다. 현재 오가노이드 국내 시장 규모는 200억원~300억원 수준이며 10년래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뛰어난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안면골절과 같은 외상 치료법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디팹은 안면골절 부위에 오가노큐브로 뽑아낸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주입한다. 이 플라스틱은 함몰된 부위에 조직 재생을 도운 뒤 스스로 분해돼 녹아버린다. 기존 플라스틱이 있던 곳엔 재생된 환자 뼈가 자리를 채우게 된다.
기존 안면골절 수술이 함몰 부위에 티타늄 형상을 넣어 부피를 채워넣는 것에 그쳤다면 메디팹의 소재는 2~3년에 걸쳐 조직이 복구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메디팹은 최근 이 기술에 대한 동등성 평가를 마무리 짓고 식약처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는 7~8월이면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차 대표는 부산대에서 미생물학으로 학·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나노바이오 전공으로 박사후과정을 거쳐 연구부교수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