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원들 사이에서는 대우건설 분식회계 혐의를 고의, 중과실, 과실 중 무엇으로 볼 건인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의로 결론이 나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게 되지만,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징계 수위는 감경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1안으로는 고의, 2안으로는 중과실로 본 회계감리 결과를 올린 바 있다.
앞서 증선위의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대우건설이 2500억원 안팎의 공사손실충당금을 과소계상해 이익 규모를 부풀린 혐의가 있다고 보고 대우건설과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다. 대우건설에는 20억원,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는 10억원의 과징금을 내리는 안이다. 사업장에 따라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규모가 크다고 판단이 나면 대표이사 해임권고 조치도 있을 수 있다.
또 건설사가 스스로 벌인 자체공사를 마치 시행사로부터 수주한 도급공사인 것처럼 위장한 것도 지적됐다. 자체공사를 할 때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지 않고 분양이 마무리된 뒤에 수익을 인식해야 하지만, 위장 시행사를 내세워 도급 공사인 것처럼 꾸민 뒤 수주액을 공사가 완공되기 전에 미리 수익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측은 건설업 특성상 경기 변동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예상원가 추정의 어려움, 손실 사업장이 이익 사업장으로 바뀔 가능성 등을 근거로 분식회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선 건설업의 특성을 반영해 예상 손실을 경제적 실질에 맞게 반영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사손실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예상손실을 즉시 공사손실충당부채로 인식하고 중요 세부내용을 주석으로 기재한다(16.53)’고 돼 있다. 손실을 예상하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투자자들이 보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정확히 예상하려는 노력을 하라는 주문이다.
한편 25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에 대한 징계가 감리위가 의결한 대로 과징금 20억원에 그치는 것은 지나친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어려운 건설업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좀 더 느슨한 잣대로 징계 수위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