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증권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이 확정된 곳은 △삼성증권(AA+) △KB증권(AA+) 등이다. 삼성증권, KB증권 모두 2·3년물로 트렌치를 구성했으며, 각각 1000억원, 2500억원, 4000억원을 발행한다. 삼성증권은 오는 17일, KB증권은 오는 24일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이어 NH투자증권(AA+), 한화투자증권(AA-) 등도 공모채 발행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AA-)는 연초 2·3년물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여부를 검토 중이었으나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은 CP 등 단기물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 당시 발행된 단기물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장기물인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CP 발행잔액은 7040억원, KB증권은 3조45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도 불어나고 있다. 3년 전 홍콩H지수가 역대 고점을 찍은 시점 판매됐던 상품들이 만기가 돌아오면서 우려했던 손실이 현실화하면서다.
미래에셋증권, 2·3·5년물 ‘오버 발행’
다만 태영건설 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증권채를 향한 수요가 싸늘해진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 1위에 달하는 미래에셋증권이 높은 수준의 금리로 자금 조달한 점을 감안했을 때 나머지 증권채들도 높은 금리 수준에서 회사채를 찍어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AA)이 올해 첫 증권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총 3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서 60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으며 목표 물량 확보에 성공했으나, 오버 발행을 면치 못했다.
정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PF 채무보증 리스크 및 순이익 감소를 반영하면서 오버 발행을 기록했다”며 “부동산 PF 리스크와 실적 우려가 존재하는 기업에 한해서 타 기업 대비 수요가 다소 약하게 이루어지며 오버발행을 기록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신용등급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면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통상 A등급 이하는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낮은 비우량채로 분류돼 자금조달 규모나 금리 측면에서 불리하다. NICE(나이스)신용평가와 한기평은 최근 SK증권(A)과 다올투자증권(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상태다. 하이투자증권(A+)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여태까지 ELS로 펀딩을 많이 해왔는데, 사실상 판매가 중단되면서 증권사의 조달 니즈가 더 증가했다”며 “기관이 적정 가격에서 주문을 넣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산금리가 높아 증권사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