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핸드백 시장을 해외 명품이 장악한 가운데 ‘토종 명품’ 브랜드 MCM이 자존심을 지켰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 신규 모노그램 론칭 등을 통해 2030 고객과 소통에 나선 덕분이다. 과거 명품을 지향했던 MCM은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매스티지(Mass+Prestige, 준명품)’ 브랜드로 리브랜딩하는 모양새다.
| ▲MCM은 작년 12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MCM 큐빅맵’ 및 패션 아이템을 론칭했다. (사진=M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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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MCM의 생산·판매를 전개하는 성주디앤디의 작년 매출액은 3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19억원으로 472%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488억원으로 2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성주디앤디는 1991년부터 독일 MCM의 브랜드의 독점 판매권을 계약해 국내에서 판매했던 기업이다. 이후 2005년 독일 글로벌 MCM까지 인수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김 회장은 2017년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성주디앤디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단일주주다.
MCM은 패션명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해 기존 이미지를 젊게 한 덕분에 매출을 회복했다. MCM은 작년 메타버스 세계관인 M’etaverse(MCM+Metaverse)를 만들고,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 VR체험존을 운영해 고객과 소통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페이크 아티스트인 샘바이펜과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한 ‘MCM x 샘바이펜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션’은 SNS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작년 10월에는 브랜드 창립 45주년을 기념해 ‘큐빅 모노그램’을 선뵀다.
| ▲김성주 성주디앤디 회장. (사진=성주디앤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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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디앤디는 작년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에 중국,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 매출이 회복됐다. 성주디앤디는 특수관계인 거래내역 보고를 통해 △MCM차이나 467억원 △MCM 프로덕트 USA 1127억원을 매출로 인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67%와 34% 증가한 수치다. 다만 성주디앤디는 본사를 통해 해외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지역별 자세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별도법인이 있는 일본지역 매출액은 작년 130억원에서 71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비용 감축 차원에서 도쿄 등의 일본의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해서다.
한때 루이비통, 샤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 꿈꿨던 MCM은 MZ세대에 친숙한 매스티지로 리빌딩하고 있다. 명품이 대중화하면서 럭셔리와 초저가 브랜드 사이에서 브랜드 가치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MCM의 기본 핸드백 가격은 100만원 미만으로 같은 크기의 명품 브랜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MCM은 현실적인 가격의 브랜드지만 명품에 뒤지지 않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품질을 마케팅하고 있다. 향수, 실내 라운지웨어 및 언더웨어, 야외활동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선뵈며 라이프스타일 전체로 카테고리도 확장하고 있다.
올해도 주소비층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디지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12월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제페토에 입점해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론칭하고 있다. 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위해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와 손잡고 메타제트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메타제트는 MCM의 한정판 상품 등과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연계한 사업 등을 모색하고 있다. 리얼타임 콘텐츠 솔루션 기업인 자이언트스텝에 74억원 규모로 투자도 단행했다. 자이언트스텝은 작년 MCM 청담스토어에 XR(확장현실) 콘텐츠를 만드는 등 협업을 한 바 있다.
| ▲MCM, ‘샘바이펜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션’. (사진=M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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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MCM은 한때 2018년 세계 100대 명품에 포함된 유일한 한국 회사일만큼 유망했지만 지금은 트렌드에 뒤쳐진 브랜드가 됐다”며 “명품과 가성비로 양극화된 핸드백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MCM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