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선고를 받은 6개월 시한부 환자 B씨는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후 자식들 간 다툼을 예방하기 위해 상속 문제를 알아보던 중 자신의 형제들에게도 일정 부분 유산을 상속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부모 생전 봉양 등 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20년 이상 왕래가 없던 자신의 동생들에게도 유산의 일부가 상속되는 것이 내키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그들이 자신의 몫을 주장하면 도리가 없음에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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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민법 및 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새로운 가족법제도 확립을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세 이상 성인이라면, 독신자도 친양자 입양 가능
개정안에 따르면 친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25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앞으로 독신자도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독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친양자 입양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독신자의 가족 생활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무부는 ‘혼자 자녀를 길러야 하기 때문에 부부에 비해 양육에 불리하다’는 기존 불허 근거도 고려해 친양자 입양 허가 절차를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가정법원이 친양자 입양 허가 시 고려해야 하는 필수 요소에 기존 양육 상황과 양육 능력 외 추가로 양육 시간과 입양 후 양육 환경을 삽입했다. 또 입양 허가 전 가사조사관을 통해 입양 환경 등을 필수적으로 조사하게 했고, 양부모의 사회·경제적 활동 가능성과 해외 사례를 고려해 25세 이상의 성인만 친양자 입양을 가능토록 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독신자라고 해서 원천적으로 친양자 입양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판단했다”며 “똑같은 조건이라면 독신자가 부부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불리할 수 있으니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면밀히 양육 능력·환경을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시대 상황을 고려해 독신자들도 자녀를 양육하고 싶은 욕구를 법무부가 반영한 듯하다”며 “다만 아이들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양되는 등의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법원에서 엄격히 심사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환영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유류분 제도도 보완한다.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유류분이란 망인의 유언이 없어도 직계비속(자녀·손자녀)·직계존속(부모·조부모)·형제자매 등이 유산의 일정 부분을 상속 받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진 몫을 말한다. 지난 1977년 12월 민법에 유류분 비율 조항이 신설된 이후 40년이 훌쩍 지나면서 대가족제를 전제로 한 ‘집안의 재산’ 관념이 흐릿해졌고 형제자매의 경우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진 시대상을 반영해 법무부가 유류분 권리자 가운데 형제자매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지난 2018년 실시한 ‘상속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설문 조사’에서도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응답자의 약 60%를 차지했다. 심지어 나머지 40% 중 다수는 ‘유류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민법이 사회의 기본법이고 상속법은 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는 만큼, 급격히 제도를 바꾸기보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된 부분부터 조금씩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양 변호사는 “형제자매의 유류분이 문제되는 것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자신의 형제자매들에게 재산을 주고 싶지 않았다는 뜻을 표현했단 것인데, 이를 존중하는 방향의 개정은 필요하다”며 “다만, 유류분 권리자라해도 일부 자격 없는 자는 제한 또는 배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의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