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달 14일 취임 1년을 맞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관련 수사로 위기에 처한 모양새다. 국방부가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4개월 전 인지했음에도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수사 결과에 따라 송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올해 3월 말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최근 공개해 불거진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을 언제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3월 말경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계엄령 문건 보고 등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답을 피했다. 송 장관도 11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기무사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전에 작성한 이 문건은 “정치권이 가세한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평가했다. 또 ‘탄핵결정 선고 이후 전망’에서 “북의 도발 위협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시위 악화로 인한 국정혼란이 가중될 경우 국가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어 군 차원의 대비가 긴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른 비상조치 유형으로 위수령과 계엄을 제시했다.
|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 단장에 임명된 전익수 공군 대령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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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송 장관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았음에도 당시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 개혁의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 미루다가 이달 들어 이철희 의원이 관련 문건을 폭로하자 뒤늦게 검찰단을 동원한 조사를 주문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계엄령 문건도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3월에 보고를 받고 지금까지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경위와 기간에 대해서 국방부와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을 배제한 독립수사단 구성 지시는 송 장관의 이같은 미온적 대처에 대한 질책이 포함된 것이라는게 군 내 분석이다. 지휘계선을 중시하는 군 특성을 뛰어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지난 10일 “수사 종료 전까지 수사단으로부터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보고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송 장관에게 일체의 간섭을 못하도록 한 것은 전임 김관진·한민구 장관 뿐만 아니라 송 장관 역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방부는 육군과 기무사 출신 군 검사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해군본부 법무실장을 특별수사단장으로 검토했으나 송 장관과 같은 해군이라는 이유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군본부 법무실장인 전익수 대령이 특별수사단 단장에 임명됐다.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의 단장을 맡은 전 대령은 수사 인력 편성과 구체적인 수사에 대한 전권을 갖는다. 활동 종료 후 대통령에게 직접 수사결과를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따라 국방부 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뿐 아니라 송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조만간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야권에서 송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장관 경질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폭의 개각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께서 여러 상황을 고려하시고 이야기를 듣고 계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