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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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공화당 승리가 당연하게 여겨졌던 미국 앨러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무려 25년 만이다. 내년 11월 중간 선거에 앞서 민심을 살펴보는 ‘가늠자’로 여겨졌던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힌 셈이다.
1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앨러배마주에서 치러진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가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개표가 99% 진행된 시점에 존스 후보가 50.0%를 획득, 48.4%를 얻은 무어 후보를 약 1.5%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미 상원 공화당 의석은 52석에서 51석으로 줄어들게 됐다. 전체 100석의 과반을 간신히 넘겨 트럼프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도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다.
당초 공화당 무어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유세 초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특히 올 한 해 미 사회를 뒤흔든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과 맞물리면서 하락폭을 키웠다. 이후 선거전이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자 공화당 안팎에선 후보 교체 여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어 후보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교체 없이 선거를 강행했고 결국 패배를 맛보게 됐다.
앞서 지난 달 중간 선거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미니 지방선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참패를 경험했다. 당시 버지니아·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와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일제히 승리를 거뒀다. 버지니아주는 소위 ‘경합 주’로 미 국민들의 생각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엔 빨간불이 켜졌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내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