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이 3·1운동의 완성”이라며 통일구상을 새롭게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에 만들어져 30년간 이어온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바꾸는 작업인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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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4일 새로운 통일구상에 대해 “윤 정부의 통일비전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은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정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정되는 통일방안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크게 반영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적대적 2국가론’을 천명하며 통일 지우기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1민족 1국가’의 통일에 관한 내용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한민족’이라는 표현을 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헌법에 위배되는 만큼 자칫 역풍이 불 수 있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기존에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 등으로 이어지는 통일 과정의 3단계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 남북 간 대화가 단절되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힘에 의한 평화통일’ 비전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라진 상황도 통일구상 수정에 담길 예정이다. 30년 전에 북한은 핵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지만, 현재는 수십 발의 핵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북핵문제에 대한 윤 정부의 강력한 입장이 포함될 전망이다. 윤 정부는 담대한구상 원칙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하고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억제와 단념을 강조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자는 2국가론이 언급됐던 만큼 정부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2국가론을 확실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입각한 평화통일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발표하는 시점을 올해 광복절로 잠정 결정하고, 수정·보완 작업에 돌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0년 전 광복절에 발표한 만큼 새로운 구상 발표도 광복절로 하는것이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일방안은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가 논의 중인 ‘신(新)통일미래구상’과도 결을 같이 한다.
다만 통일구상을 바꾸는 것이 ‘흡수통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철 지난 체제경쟁을 하겠다는 건데, 이는 말만 안 했을 뿐 북한을 먹겠다는 흡수통일론”이라며 “남북관계와 평화 통일에 대한 철학의 빈곤, 전략의 부재, 강경한 대북관 때문에 통일구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