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고 그 대상도 확대하는 데 무게를 뒀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언급됐던 유가환급금은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상승할 가능성과 세수 문제 등을 고려해 이번에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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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너지바우처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거침없어서다. 지난 1월 평균 배럴당 83.5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이달 첫 째주 기준 105.71달러로 26.6% 뛰었다. 국내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ℓ)당 1635원에서 1940.7원으로 급등했다.
에너지 취약계층에 17만2000원 지원
에너지바우처란 에너지 취약계층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연탄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동·하절기 냉·난방 에너지비용을 보조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과 지원 단가를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기존에는 생계·의료급여 수급가구 중 기후민감계층 87만8000가구만 혜택을 봤지만, 이번에 주거·교육급여 수급가구 중 기후민감계층 29만8000가구가 포함됐다. 지급 단가도 가구당 12만7000원에서 17만2000원으로 4만5000원 늘어난다.
에너지바우처는 당초 겨울에만 지급했으나 2019년부터는 여름에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하며 냉방에너지 공급 목소리가 커져서다.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관계자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는 하계보다 동계가 훨씬 견디기 힘든 잔인한 계절”이라며 “여름에는 취약계층 대부분이 선풍기를 사용하는데 24시간 사용해도 몇 만원 나오지 않아 에너지바우처 금액 확대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유가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자 이번 추경 때 유가환급금 지급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유가환급금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근로자·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커지자 유류 가격 급등으로 더 지출할 수밖에 없었던 교통비와 유류비 일부를 현금을 돌려주는 개념이다.
유가환급금이 지급된 것은 지난 2008년이 마지막이다. 정부가 이번에 유가환급금 지급을 시행하지 않은 것은 재원 마련 부담과 더불어 단기 대책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장기화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 상승세에 추가로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유가환급금은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있어서 신중을 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 부담도 이유 중 하나라는 추측이 나온다. 민간 연구원 관계자는 “유가환급금은 지급 대상을 정한다고 해도 유류비 인하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성격인 데다 국민이 낸 세금을 돌려주는 개념이라서 세수가 줄어드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1호 공약인 소상공인 지원을 두고 불만이 터져나왔던 만큼 재원을 최대한 확보해야하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단체 관계자는 “에너지바우처는 수급자들이 사용 기간 내에 바우처를 사용하지 않으면 잔액이 소멸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생색내기 좋은 정책 수단”이라며 “향후 이번에 지급된 에너지바우처 규모 대비 실사용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