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은 리오프닝…"직원 필요한데 사람이 없어요"

2년에 걸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의 '이면'
오프라인 마트, 시식·화장품 시연 재개 '공격 마케팅'
이커머스 업계 "코로나 전보다 구매 줄어들까 우려"
외식업계 "손님 몰려드는데 구인난…배달로 다 가"
여행업계 "해외 오퍼레이터 전멸…복구에 시...
  • 등록 2022-04-21 오후 5:00:00

    수정 2022-04-21 오후 9:10:35

[이데일리 정병묵 강경록 신하영 기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전환으로 사회 전반에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몇몇 산업, 문화, 교육계 다양한 우려가 포착된다. 코로나19가 2년 넘게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꾼 터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했을 때 못지않은 큰 변화를 맞닥뜨리게 돼 곳곳에서 당혹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계산대에서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커머스·배달앱 ‘코로나 특수 끝’


이커머스 업계는 팬데믹 종료에 따라 그간 누렸던 ‘특수’를 반납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긴 기간 움츠렸던 소비자들이 외부 활동을 재개하는 상황이 썩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실제 최근 오프라인 점포들은 고객 맞이에 한창이다. 정부는 오는 25일부터 대형유통시설 내 시식·시음과 화장품 테스트 코너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2020년 12월 24일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전국적으로 시식과 시음, 테스터(견본품) 사용을 금지한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냉동식품은 시식 마케팅이 중요한데 비로소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서 23일부터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발렌티노 뷰티’의 ‘메이크업 쇼’를 벌써 기획했다. 서울신라호텔은 21일 2년 만에 ‘꽃꽂이 강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엔데믹 이후 외부 활동 증가로 이커머스 성장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네이버(035420) 목표주가를 40만원으로 7.0%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위드 코로나 환경 하에서 아웃도어 활동 증가에 따른 영향 등으로 시장 성장은 이전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수혜로 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배달앱도 마찬가지다. 한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주문이) 줄긴 줄 텐데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이미 배달이 생활화가 됐기 때문에 큰 폭으로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큰 피해를 본 주류업계는 행여 업소용-가정용 주류 간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업소용 매출이 크게 감소한 반면 ‘혼술’, ‘집술’ 문화 확산으로 가정용 매출은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겪었다. 소비자들이 밖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 아무래도 가정용 주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업소용 주류는 이달 초 영업시간 밤 12시 확장 이후부터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미 ‘혼술’ 문화가 정착했고 외부 활동에서 소비하는 것은 가정용 주류이기 때문에 수요가 급감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가정간편식 매출 급증으로 코로나19 특수를 맞았던 식품업계 역시 마찬가지로 행여 매출이 급감하지 않을까 우려 중이다.

외식·여행업계 “쓸 사람이 없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의 텅 빈 여행사 창구 옆으로 공항 이용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마냥 반가울 것만 같은 외식업계는 예상치 못한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 현재 유명 뷔페 업체의 아르바이트 시급은 1만원대 초반 선. 하지만 배달 아르바이트가 하루에 적게 일하고도 10만원은 손쉽게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인기 알바’가 돼 버렸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손님이 몰려드는데 일 시킬 사람이 없다”며 “배달쪽과 수입이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매일매일 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행업계에서도 인력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확산으로 랜드사(현지 여행사), 가이드와 여행사 오퍼레이터 등 패키지여행 상품 구성을 위한 필수 인력들이 대거 이탈해서다. 현지 가이드와 인솔자 등 인력 확보 및 해외 네트워크 재건에 나서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지 가이드들이 대부분 국내로 돌아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국내 랜드사는 이미 영업을 재개하고 있지만, 해외 랜드사 대부분은 여전히 대기 중”이라며 “해외여행 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현지 랜드사들도 영업을 재개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 공연 업계도 난색은 마찬가지다. 객석 띄어앉기 조치가 이뤄졌던 공연장이 원상복귀 기회를 맞았지만 상반기 축제 일정이 5~6월로 몰리면서 조명, 음향 등 장비 임대료 등이 인상돼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대학교 대면 수업으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국민대학교 성곡도서관 인근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안녕, 총장 캠퍼스 간식 전달식’에서 학생들이 커피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가에선 대면 강의 확대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학교에서 집이 먼 학생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갑자기 자취방을 구하기 힘들 뿐더러 화상수업 기간 동안 굳은 생활비도 이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가에는 대면수업이 확대되고 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4월 기준 대학의 대면수업 비율은 59.5%로 작년 2학기(32.6%)보다 26.9%포인트 상승했다. 교육부가 20일 발표한 학교 일상회복 방안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대학 대면수업이 더욱 확대된다. 강의실 방역기준이 대학 자율로 바뀌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숙박행사도 ‘승인’ 사항에서 ‘신고’ 사항으로 완화된다.

교육부는 원거리 통학생들의 상황을 감안해 갑자기 비대면수업을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경우 수강생 의견수렴을 거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거리 통학 등의 사유로 등교가 제한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며 “대학에는 수강생 의견수렴을 거쳐 수업방식을 변경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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