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C가 투자회사 공시 강화를 검토 중이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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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증권 당국이 투자회사의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된 보유지분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느슨한 규제가 아케고스발 대규모 손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시 대상에 파생상품과 공매도 포지션을 포함하고 공시 주기도 3개월보다 단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검토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지난주 취임한 게리 겐슬러 신임 위원장이 앞으로 이 사안을 어떻게 진행할 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억달러 넘게 주식을 보유한 투자회사는 분기마다 포트폴리오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펀드들은 단일 기업의 지분이 5%를 초과하면 이를 공시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인수합병이나 회사 해체를 추진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한다.
아케고스는 이러한 공시 규정을 쉽게 빠져나갔다.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총수익스와프(TRS)라는 파생상품을 계약하면서다. TRS는 아케고스같은 헤지펀드와 계약을 맺은 투자은행이 대신 형식적으로 주식을 사고, 주식 투자에 따른 손익을 헤지펀드가 이를 가져가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이런 방식으로 아케고스는 여러 은행과 TRS계약을 맺어 비아콤CBS에 100억달러가량 투자했으나 주가가 급락 마진콜을 채우지 못해 반대매매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손실이 날 때까지 그 누구도 아케고스가 비아콤CBS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SEC가 공시 기준을 강화하면 규제당국과 월가가 위험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에서 공시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인 기업재무국 존 코츠 국장은 이날 미 변호사협회(ABA) 패널들에게 파생상품 거래 포지션에 대한 더 엄격한 공시 요구를 개인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은 규제 강화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매도 포지션을 공개하면 비판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방만 경영이나 사기를 저지르는 기업에 대한 거래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