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불법대출 모뉴엘 제주사옥 법원경매 응찰자 '0'

△수조원대 허위 매출과 대출 사기로 지난해 말 파산한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제주사옥이 경매에 부쳐졌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모뉴엘 제주 사옥 전경. [사진=지지옥션]

[이데일리 이승현 양희동 기자] 불과 1년여 전까지 ‘한국의 애플’로 불렸지만 약 3조 4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았다가 지난해 10월 파산한 가전업체 모뉴엘의 제주사옥이 첫 경매에서 유찰됐다. <본지 11월 25일자 27면 ‘매출 부풀려 대출사기 파산…모뉴엘 제주사옥 결국 경매로’ 기사 참조>

7일 제주지법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1호 법정에서 제주시 영평동 2193번지에 있는 모뉴엘 제주사옥에 대한 경매를 진행했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준공된 이 건물은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2만 2634.3㎡규모로 △연구소 △기계실 △전산실 △소매점 △어린이집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감정가는 447억 2526만 77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국산업은행이 건물을 담보로 빌려준 돈 421억 9777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에 넘겼지만 높은 감정가 탓에 첫 경매에선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내년 1월 4일 이뤄질 2차 경매의 최저입찰가는 감정가보다 30% 낮아진 313억 768만 7390원으로 정해졌다.

두 번째 경매에서는 가격 부담이 줄어 응찰자가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건물에 대한 용도 제한이 여전히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 물건은 제주과학단지 내에 있어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낙찰 후 용도 제한을 받는다”며 “제주 이전을 고려 중인 IT기업이 아니라면 쉽게 입찰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뉴엘 제주사옥은 2011년 모뉴엘이 제주 이전 의사를 밝힌 이후 제주도와 국토부 산하 기관인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조성됐다. 새가 양 날개를 펼친 듯한 독특한 건물 형태 때문에 카카오 제주본사와 더불어 지역 내 명물이 될 것이란 기대도 컸다. 지난해 초 건물 완공 직후 연구·개발 인력 100여명이 선발대로 제주로 왔지만 불과 몇 달새 모뉴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로 인해 회사는 파산에 이르렀다. 희망을 안고 제주에 왔던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고 지금은 모두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