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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은 핵심은 주택대출 구조 개편이다. 주택대출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정부는 이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번 조치 자체가 전반적으로 주택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기존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과는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대출 개념 바뀐다
이번 대책은 주택대출의 구조를 ‘처음부터 빚을 나눠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개선, 빚을 늘리는 구조에서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 주택대출의 경우 원금 상환은 뒤로 미룬 채 이자만 갚는 만기 일시상환·3,5년 거치식 대출행태를 분할상환·비거치식(1년 이내) 대출 방식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는 주택대출의 기본 개념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과거만 해도 거치기간을 두지 않고 원금을 바로 갚는 경우는 드물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던 시절이라 집대출을 받은 뒤 원금 상환은 뒤로 미루고 3년간 이자만 갚아나가도 집값 상승분이 이자를 훨씬 웃돌았다. 상환 능력이 없어도 일단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람이 속출했던 이유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이 호황일 땐 장기 분할대출을 받는 게 오히려 손해지만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요즘 같은 상황에선 정반대”라며 “주택대출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금리 대출받으면 한도 줄어든다
변동금리 대출은 대출한도가 고정금리보다 더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변동금리 대출상품에 대해선 잠재적 금리상승에 따른 예상 상환부담분까지 고려해 대출한도를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시점에 일정 수준의 금리(스트레스 레이트)를 가산해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연소득 3000만원인 A씨가 변동금리로 1억원을 대출받고자 할 때 실제 은행에선 금리 상승분을 반영해 한도를 1300만원 넘게 줄일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활성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대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득수준에 맞게 대출한도를 정하고 분할상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에 이런 점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도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는 대출방식이 보편화돼 있어 정책 방향은 맞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시장에선 정책 혼란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