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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의 초기 대응 실패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국내에 급격히 확산된 데 따른 대국민 사과였다. 기자회견이 열린 23일은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의 47번째 생일이었다.
국민들을 향한 첫 공식 입장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는 데 대해 이 부회장 자신은 물론 삼성 수뇌부는 고심을 거듭했다. 하지만 정면돌파를 통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사실상 삼성을 이끌어 온 이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위기속 ‘책임지는 리더십’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메르스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환자 분들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다”며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과문을 읽는 내내 목소리는 결연했고, 사태 수습에 대한 단호한 의지도 보여줬다.
이달 1일에는 호암상 시상식을 주재하는 등 이 회장의 빈 자리를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의 새 얼굴로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룹 이미지 추락은 물론 향후 경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합병 여부를 놓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벌이고 있는 소송전이 경영권 분쟁으로 인식되면서 메르스 사태와 결부돼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행보다.
삼성은 선대로부터 솔직한 사과와 반성, 신속한 대응책 마련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지자 한국비료 지분과 운영권을 국가에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약속했다. 삼성의 변화는 삼성서울병원을 넘어 그룹 차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메르스 및 엘리엇 사태를 겪으면서 삼성의 위기대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혁신 의지를 밝힌 만큼 조만간 대대적인 정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이재용 체제도 더욱 안정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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