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육로 폭파와 개성공단 송전탑 전선 제거 등 남북 단절 조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 당국의 전선 제거에 송전탑이 무너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3일 공개됐다. 선을 제거하는 작업 도중 송전탑이 균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이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고자 남측이 지어줬던 송전탑을 지난달 24일부터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군의 감시자산에 지난달 30일 포착된 송전탑 붕괴 장면을 통일부가 3일 언론에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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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군사분계선(MDL)과 개성공단 사이 경의선 도로 영상을 보면 북측 지역에 세워진 송전탑 중 36번과 37번이 전선이 절단된 후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35번 송전탑은 전선이 제거된 후 최상단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이 영상은 지난달 30일 군 감시장비로 촬영됐다.
2006년 12월 한국전력이 건설한 송전탑은 군사분계선 북쪽 지점부터 개성공단까지 연결되는 경의선 도로에 세워졌다. 이 송전탑은 남북 사이에 설치돼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해왔으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전력 공급을 중단됐다. 이후 2018년 9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로 전력 공급을 일부 재개됐지만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전력 공급은 끊겼다. 해당 구간에는 총 48기의 철탑이 있으며 남측에 33기, 북측에 15기가 설치된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송전탑 전선 제거 작업을 시작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에 있는 송전탑 가운데 남측과 가장 가까운 34번은 그대로 남아 있고 35번은 윗부분이 구부러졌으며, 36∼38번은 쓰러졌다”며 “34∼39번 송전탑은 전선이 제거됐으며 나머지는 여전히 전선이 달려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또 송전탑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절단한 전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송전탑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는 송전탑에서 전선 제거 작업을 하던 인부가 그대로 추락하는 장면도 담겼다. 추락한 북측 작업자는 10m 높이로 보이는 송전탑 중간 지점에 있다 아래로 떨어졌다. 또 추락 과정에서 송전탑 하단 부위와 충돌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불법적 재산권 침해 행위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고 단호히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송전 설비는 남측이 제공한 것으로, 이를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