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입에 1230원 앞 멈춘 환율…"러 원유제재땐 1300원 간다"

환율, 우크라 전쟁이나 여파에 올들어서만 40원 급등
장중 1230원 턱밑까지…16개월만에 나온 개입에 제동
"유가 뛰면 원화값도 급락…러 원유제재시 1300원도"
"美 금리인상도 변수…상반기 내내 1200원대 불가피"
  • 등록 2022-03-07 오후 4:09:01

    수정 2022-03-07 오후 9:03: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30원 가까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1년 4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당국이 1230원 방어에 성공했지만,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국제유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때 찍었던 1300원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0원 오른 1227.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29일에 기록한 1238.50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 상승폭도 작년 6월17일(13.20원) 미국의 조기 통화긴축 우려가 제기된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38.3원이나 급등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러시아산(産) 원유 수입 금지 조치 검토에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이날 오전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당국의 구두개입은 환율이 장중 1110원대로 급락하며 빠르게 원화 가치가 급등한 2020년 11월16일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그러나 외환당국 개입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1조3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자 환율은 장 막판 122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서방권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단행되면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유가 급등은 비용 부담을 키워 경제 성장을 위축시키고 무역수지 적자폭을 키울 우려가 있다. 더구나 러시아를 제재하면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여 우리 수출 경기도 위협할 수 있다. 실제 유럽은 작년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13.8%를 차지, 중국(25.3%)·미국(14.9%) 다음으로 높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현실화됐을 때 환율은 1300원대로 갈 수도 있다”며 “고유가 시대에 1300원대 진입했던 흐름과 비슷하다”고 봤다. 환율이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7월13일(1315.00원)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었던 2020년 3월19일 장중 1296.00원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종가 기준으론 1285.70원이 최고치였다.

반면 환율이 1250원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유가 상단이 올라가면 환율 상단도 올라간다”며 “유가가 150달러 아래에서 안정되면 환율이 1220~1230원대에서 오랫동안 머물진 않겠지만, 200달러를 향해 간다면 12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점쳤다.

서방국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더라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이나 이란 핵합의 등을 통해 원유 공급에 숨통을 틔울 조치가 함께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정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가 남아 있는 만큼 상반기 내내 환율은 1200원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하반기에나 1200원 아래로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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