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1230원 방어에 성공했지만,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국제유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때 찍었던 1300원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0원 오른 1227.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29일에 기록한 1238.50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 상승폭도 작년 6월17일(13.20원) 미국의 조기 통화긴축 우려가 제기된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38.3원이나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서방권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단행되면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유가 급등은 비용 부담을 키워 경제 성장을 위축시키고 무역수지 적자폭을 키울 우려가 있다. 더구나 러시아를 제재하면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여 우리 수출 경기도 위협할 수 있다. 실제 유럽은 작년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13.8%를 차지, 중국(25.3%)·미국(14.9%) 다음으로 높다.
반면 환율이 1250원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유가 상단이 올라가면 환율 상단도 올라간다”며 “유가가 150달러 아래에서 안정되면 환율이 1220~1230원대에서 오랫동안 머물진 않겠지만, 200달러를 향해 간다면 125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점쳤다.
서방국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더라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이나 이란 핵합의 등을 통해 원유 공급에 숨통을 틔울 조치가 함께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정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가 남아 있는 만큼 상반기 내내 환율은 1200원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하반기에나 1200원 아래로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