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강제추행' 로타 항소 기각 이유…"암묵적 위계 작용"(종합)

법원 "암묵적 동의 아닌 암묵적 위계 작용"
최씨 자백 받아내려 친근한 대화 이어나가
유명 사진작가·모델 지망생 위계 관계 인정
  • 등록 2019-08-12 오후 2:17:59

    수정 2019-08-12 오후 2:17:59

사진작가 로타 (사진=로타 SNS 캡처)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여성 모델을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진작가 ‘로타’(41·본명 최원석)가 2심에서도 징역8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최씨의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 이내주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게 이같이 실형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최씨는 지난 2013년 6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사진 촬영을 하던 중 모델 A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암묵적 동의 하에 이뤄진 신체접촉”…“동의가 아니라 위계 작용”

최씨는 줄곧 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해왔다. 신체접촉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A씨와의 암묵적이고 묵시적인 동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다.

하지만 재판부는 암묵적 동의가 아닌 ‘암묵적 위계’가 작용했다며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례와 법률에 따르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무형의 위협을 행사하면 강제추행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시 유명한 사진작가였던 최씨와 모델 지망생이었던 A씨의 관계를 고려하면, 추행을 하는 데 있어 위계에 의한 압력이 작용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이 부장판사는 “A씨가 향후 평판과 진로 때문에 거부 의사를 강하게 밝히지는 못했지만 ‘그만하라’고 말하는가 하면 밀쳐내는 등 거부의사를 밝혔다”며 해당 사건이 A씨의 의사에 반해서 이뤄진 강제추행이라고 설명했다.

추행 직후 ‘친근한 카톡’은 자백 받아내려던 것

또한 최씨는 범행 이후 ‘A씨와 계속 친근한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A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친근한 연락이 최씨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A씨 증언에 손을 들어줬다. 성범죄의 특성상 목격자나 물증이 없기에 당사자로부터 범행을 인정하게 만드려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유에 대해 A씨는 “최씨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퍼트리면 추후 모델 활동을 할 때 걸림돌이 되거나 아예 발도 들이지 못할까봐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며 자백을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다보면 범행을 인정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작가라는 위계 악용한 죄질 무거워

재판부는 징역 8월이 너무 무겁다는 최씨 측 항소를 기각했다. A씨의 고통에 비추어 무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유명 사진작가라는 지위를 악용한 최씨의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최씨는 이름이 알려진 사진작가인데 반해 A씨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자 모델 지망생이었다”며 “추행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범행에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 사실을 다시금 진술하며 A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A씨는 범행 직후 가까운 지인에게만 피해 사실을 말해오다 5년이 지난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폭로했다”며 “A씨는 피해 사실을 여러번 진술하며 기억이 되살아나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언론 인터뷰 후 최씨로부터 전화와 문자를 계속해서 받으며 보복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며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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