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그룬월드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4일 S&P와 나이스(NICE)신용평가가 공동 개최한 ‘경기 회복기, 한국을 둘러싼 기회와 위험’ 세미나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S&P는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성장률을 3.2%로 전망한 데 이어 연간 성장률을 2.8%로 상향 조정했다. 그룬월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 최근 6∼7년 만에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무역 성장세보다 빨랐지만 올해는 무역 성장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광호 NICE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도 “올해는 명시적 위험 요인이 부각되지 않는 등 대외 경제 환경이 우호적”이라며 “하반기까지 글로벌 경기·수출 호조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만큼 대외 환경이 우호적일 때 산업별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금리와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이 연계됐을 때 나타날 영향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이 과잉 유동성을 회수하는 흐름에 들어갔다는 점은 계속 점검해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속도와 수준이라면 연말까지 금리 인상 이슈가 크게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작다”며 “다만 금리 인상이 국내에서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과 연계됐을 때 심리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가전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홍 S&P 이사는 “수입 세탁기 등에 대해 미국이 고율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관세 부과 조치를 내렸는데 삼성전자(005930)보다 LG전자(066570)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며 “LG전자의 경우 가전사업 의존도가 높은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북미가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와 같은 실적을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절대적인 수익성이 좋고 차입금 등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올해도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지난해 9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박 이사는 “현대차 그룹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원화 강세 흐름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추세 반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