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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이뤄진 회장 인선과 달리 15일에는 명동 롯데호텔 VIP룸에서 진행됐다. 김정태 현 회장의 3연임을 놓고 금융당국과 각을 세우는 등 차기 회장 인선에 쏠린 업계 안팎의 관심을 의식한 모양새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정태 현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김종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등 내외부 후보자들이 참석했다. 후보자들은 약 40분 안팎의 시간 동안 업무 전문성·성과·리더십·평판 등을 중심으로 회추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각자 미리 선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피력했다.
회추위는 내일까지 총 16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숏리스트(최종후보군)을 추려낸다는 방침이다. 16일에는 최종 후보자 명단(쇼트 리스트)을 발표하고 22일 심층 인터뷰 후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윤종남 회추위 위원장은 지주와 당국 간 대결구도로 비칠 수 있다는 시각에 부담을 느낀 듯 “(후보자들과)인터뷰 일정을 이미 잡아놔 진행한 것일 뿐”이라며 “우선 인터뷰를 진행한 후에 당국의 권고에 대해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후보자들도 이 같은 논란에 부담을 느낀 듯 취재진을 피해 서둘러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갔다. 이날 오전 인터뷰에 참여한 김한조 이사장은 “(당국이 인선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을)언론을 통해 이미 접했다”며 “당국과 회추위 모두 일리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함영주 행장은 “오늘은 좀”이라며 “나중에 글로 써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준 고문은 당국의 인선 연기 요청에 대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회추위에서도 조심하는 부분”이라며 “내가 언급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오후 인터뷰에 참여한 김정태 회장 역시 직원들을 대동해 취재진과의 접근을 차단한 채 인터뷰 장소를 조용히 빠져나갔다.
최 위원장은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행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황제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불완전 금융상품 판매 등 금융소비자 피해, 그리고 최근 일련의 채용비리까지.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과 같이 차갑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 밝힌 금융적폐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 셈이다.
최 위원장은 다만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관련해 제기되는 몇 가지 의혹들에 관해 확인하는 검사를 실시 중이고 이런 의혹들이 해소될 때까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그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본다”고 말해 일정 부분 선을 그엇다. 이어 “검사 결과에 따라서 (차기 회장 선임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일단 그게 나온 다음에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취지에서 권고했을 것”이라면서도 명시적으로 금감원 견해에 힘을 실어주진 않았다.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