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숨통 트이는 '기러기 아빠'

1달러=1061.2원…3년 만에 최저치
원·엔 환율도 2년 만에 가장 낮아
직구족도 '원화 프리미엄'에 활짝
  • 등록 2018-01-02 오후 5:01:01

    수정 2018-01-02 오후 7:20:47

자료=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2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김모(62)씨. 그는 요즘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기분이라고 한다.

늦둥이 딸을 일본에 유학 보냈는데, 드는 돈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서다. 최근 원화값이 급격히 상승하는데 반해, 일본 돈인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원·엔 환율은 최근 100엔당 900원 중반대까지 내렸다.

김씨는 지난 2010년 첫째 딸도 공부 시키러 일본에 보냈던 적이 있다. 당시 환율은 1200원이 훌쩍 넘었다. 2010~2013년 사이 한때 155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김씨는 “큰 딸 때만 생각하고 돈을 모아뒀는데, 요즘은 돈이 오히려 남는다”며 “큰 딸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악한 집에 살아야 했지만, 둘째는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며 웃었다.

원화 초강세가 계속되면서, 해외에 자녀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남모르게 웃고 있다.

2일 한국은행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장 마감께인 오후 3시30분 원·엔 환율은 941.82원을 기록했다. 이는 마켓포인트 종가 기준 2015년 12월1일(940.62원) 이후 가장 낮다. 원·엔 환율 뿐만 아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1061.2원)은 전거래일 대비 9.3원 급락했다. 지난 2014년 10월30일(1055.5원) 이후 3년2개월 만의 최저치다. 그 하락 폭은 지난해 11월16일(-10.9원) 이후 한 달 반 만에 가장 컸다.

요즘 ‘직구족’도 행복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물품을 직접 사면 가뜩이나 저렴한데, 원화 프리미엄까지 붙으며 더 싸게 살 수 있게 된 때문이다.

한 해외 구매대행사이트 담당자는 “지난해 이맘 때보다 직구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원화가 강세를 보여 물건값이 저렴해진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화 초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달러화 가치가 끝모르고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일 하락하면서 92포인트 초반대까지 낮아졌다.

게다가 최근 북한 리스크마저 완화하면서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외환 당국자는 “달러화 약세가 전세계 금융시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원화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차 완화하면서 더 강세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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